[이데일리 문정현 이재헌 기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4개월 만에 다시 입을 열었다. 5월 기준금리 결정을 두고 금통위원들 사이에 인상과 동결 주장이 팽팽히 엇갈리자 의견을 개진하면서 동결에 손을 든 것이다. 이로 인해 징검다리 인상기조는 깨지고 두달 연속 금리 동결 결정이 내려졌다.
한국은행이 28일 공개한 5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김중수 총재를 포함한 6명의 금통위원 발언이 실려있다. 보통 5명의 발언이 실리는데 5월에는 총재까지 의견을 내놓았다는 뜻이다.
지난달 두명의 금통위원이 금리인상을 주장했지만 다수 의견인 동결에 밀렸다. 현재 금통위는 김대식·최도성 위원 등 매파 위원과 강명헌·임승태 위원 등 비둘기파 위원으로 나뉘어 있다.
이주열 부총재의 의견도 변수가 될 수 있지만 한은 간부라는 직위를 겸임하고 있는 특성상 총재와 반대의 의견을 내긴 힘들다는 것이 안팎의 분석이다. 결국 2대2로 팽팽하게 맞선 상황에서 총재가 동결에 표를 던졌고, 부총재도 자연스럽게 따라오면서 동결로 결정된 셈이다.
김 총재는 지난 1월에도 4년 5개월 만에 기준금리 결정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며 인상에 표를 던졌고 결국 이례적인 `연초 금리인상`을 이끌어낸 바 있다.
총재가 금통위 결정을 가르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금통위가 상설화된 이후 2001년 7월 전철환 전 총재가, 2006년 8월 이성태 총재가 캐스팅보트를 던진 사례가 있다.
하지만 작년 4월 박봉흠 전 금통위원이 퇴임한 이후 후임 없이 6명의 금통위원으로 운영하다 보니 총재의 결정이 전체 금통위 결정으로 직결되는 구조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금통위라는 의사결정기구가 어찌보면 유명무실해질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특히 그리스 재정위기나, 선진국 경기둔화, 저축은행 사태와 같은 돌발적인 대형 재료들이 부각되는 순간에도 오로지 총재의 판단에 의해서만 기준금리가 결정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할만하다. 어찌보면 금리전망도 불가능한 것이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은행의 한 채권운용역은 "총재의 의견에 따라 매번 금리 결정이 달라져 예측이 힘든 측면이 있다"며 "총재가 금리인상, 동결 여부를 결정해 두고 후에 논리를 끼워 맞추는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다른 운용역도 "이번달의 경우 다른 위원들이 국내 경제상황이나 물가에 매몰되는 점을 우려해 총재가 필요한 발언을 했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매달 총재의 결정대로 움직인다면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