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지준율 카드 `소수의견`..한은 시큰둥한 까닭
한은 관계자 "지준율 인상, 금리 목표제에선 효과 없어"
강명헌 위원 "인상 주장 변함없다"
등록 2011-10-04 오후 4:50:31
수정 2011-10-04 오후 4:50:31
[이데일리 문정현 기자] 그리스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둔화로 인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지자 일부에서는 한국은행이 지급준비율(지준율)을 올리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외 여건이 녹록지 않아 기준금리라는 `큰 칼`을 휘두르지 못하니, 지준율이라는 `작은 칼`이라도 꺼내들지 않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한은 내부에서는 정책금리를 기준으로 하는 현 상황에서 지준율 조절이 큰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 사이에서도 아직 소수 의견에 그치고 있다.
◇ 지준율 조절 효과 "별로"
지준율이란 은행들이 고객의 인출 요구에 대비해 한국은행에 쌓아야 하는 예금 비율을 말한다. 현재 정기예금, 정기적금, 양도성예금증서(CD) 등에는 2%를, 기타예금에는 7%를 적용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 2006년 이후로 지준율을 올린 적이 없고, 2008년에는 긴급 유동성 공급을 위해 지준율을 인하한 바 있다.
지난달 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유동성과 물가 관리를 위해 지준율을 인상하라는 주문이 나왔지만 한은은 정책금리를 통화정책 운용 목표로 삼는 현재 시스템에서는 큰 효과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 금통위원은 "지준율을 올리면 은행 대출금리가 올라가고 이는 단기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며 "결국 한은이 돈을 풀어 정책금리인 7일물 RP금리를 맞춰야 하는데, 통안채 이자만 더 나가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중수 총재도 지난달 말 미국 워싱턴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동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준율 인상으로 시중금리가 오르면 다시 통화량을 늘려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지준율 조정이 시중금리에 영향을 미칠지 그 경로 자체도 불투명하다. 지준율을 올리면 은행 입장에서는 자금조달 비용이 올라가게 돼 수신금리를 떨어뜨리거나 대출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만약 수신금리를 낮추게 되면 지준율 인상 효과는 없는 셈이고, 대출금리를 올린다 해도 그 폭이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 그야말로 지준율 인상에 따른 파급효과도 불확실한 것이다.
◇ 강명헌 위원 "지준율 올려야" 주장
다만 지준율 인상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해도 여전히 소수 의견이 남아있기 때문에 논란의 불씨가 완전히 꺼졌다고 보긴 어렵다.
강명헌 금통위원은 "기준금리를 올리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지준율이라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은 변함없다"며 "금리 중심의 통화정책 아래서는 큰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있긴 하지만 단기적인 효과는 분명히 있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작년 초에도 지준율 인상을 주장한 바 있다.
시장에서도 한은이 운신할 폭이 좁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결국 지준율 카드를 꺼내들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다. 오창섭 메리츠종금증권 채권 담당 연구원은 "국내 경기 회복세가 8월을 기점으로 약화되고 있어 한은이 추가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대신 지준율 인상을 통해 시중 유동성을 일부 흡수하는 방안을 선택할 것"이라고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