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송재민 기자] 국내 최초 뷰티 멀티채널네트워크(MCN) 기업 레페리가 사모펀드(PEF) 운용사 에이치프라이빗에쿼티(HPE)를 백기사로 맞이하며 내년 상반기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 최인석 레페리 의장은 이번 IPO가 단순한 자금 조달이 아니라 뷰티 크리에이터 산업을 하나의 독립적인 섹터로 인정받기 위한 ‘첫 단추’라고 강조했다. 기존 MCN들과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며 성장성을 입증해온 레페리는 상장을 계기로 새로운 산업 지형을 개척한다는 계획이다.
레페리는 지난 2013년 설립된 유튜브 기반 뷰티 크리에이터 비즈니스 기업으로, 현재까지 약 2000여명의 크리에이터를 양성했다. 현재는 레오제이, 민스코, 김습습, 아랑 등 400여명의 크리에이터와 함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 최인석 레페리 의장. (사진=레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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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투자 유치는 전략적 선택”레페리는 지난해 말 HPE로부터 약 30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유치하고, 새 최대 주주로 맞이하면서 IPO 추진의 발판을 마련했다.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기업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최 의장은 “HPE와의 파트너십은 단순한 투자 유치가 아니라 IPO 이후에도 장기적인 성장을 함께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이었다”면서 “재무적투자자(FI)인 HPE가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보고 참여한 만큼 단기적인 차익 실현이 아닌 기업 가치 증대를 목표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HPE의 참여로 레페리는 보다 체계적인 지배구조와 재무 관리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최 의장은 “기업이 선진화된 거버넌스를 구축하려면 이해관계의 일치가 중요하다”며 “HPE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가 아니라 레페리의 비즈니스 모델과 성장 전략에 깊이 공감하는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특히 사모펀드가 일반적으로 기업의 실적 개선을 위해 구조조정이나 비용 절감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레페리는 적극적인 확장 전략을 통해 성장을 도모하는 방식으로 IPO를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에도 비슷한 사업 모델 없어…독보적”레페리가 IPO에 성공하면 국내 MCN 업계 최초의 상장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최 의장은 레페리를 기존 MCN 기업들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는 “레페리는 기존 MCN과 비즈니스 모델이 다르다”며 “SM, 하이브 등 엔터 산업의 전략을 참고해 크리에이터를 아이돌처럼 육성하고, 단순 광고 수익을 넘어 브랜드 협업, 리테일, 글로벌 확장까지 고려하는 종합적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레페리는 뷰티 콘텐츠 기업을 넘어 ‘뷰티테일러(Beauty-Retailor)’라는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한 뷰티 산업의 새로운 가치 사슬을 창출하는 모델이다. 최 의장은 “아이돌 산업이 음원, 공연, 굿즈, 글로벌 팬덤을 활용해 성장한 것처럼, 레페리도 크리에이터를 기반으로 브랜드 협업, 리테일, 해외 확장 등 다양한 사업 모델을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도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상장사가 드물다. 최 의장은 “뷰티 리테일러로서 얼타 뷰티(Ulta Beauty)가 있지만, 이와도 결이 다르다”며 “기존 카테고리에 속하기보다 새로운 섹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레페리는 IPO 이후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목표다. 최 의장은 “기업의 가치는 결국 순이익과 멀티플(주가수익비율·PER)에 의해 결정된다”며 “레페리의 목표 PER은 30~50배 이상이며, 이는 크리에이터 산업이 단순 광고 시장을 넘어 글로벌 뷰티 산업을 선도할 수 있다는 점을 반영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특히 일본의 대표 뷰티 플랫폼 기업 앳코스메(@cosme)를 운영하는 아이스타일(istyle Inc.)을 예로 들며, 유사한 성장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앳코스메는 2007년부터 단순 플랫폼을 넘어 커머스로 확장하면서 시가총액 2조 원까지 성장했다”며 “레페리 역시 크리에이터 기반의 뷰티 리테일을 글로벌로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스타일(3660)은 현재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금 한국은 뷰티밸리…거품 꺼지지 않게 해야레페리는 기관투자자뿐만 아니라 개인투자자(MZ 세대)까지 공략하는 차별화된 IR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최 의장은 “MZ 세대가 적극적으로 주식 투자에 나서고 있으며, 이들이 선호하는 기업이 결국 주가 상승을 이끈다”며 “레페리는 MZ 세대와의 친밀한 관계를 기반으로 스타성을 가진 주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코스닥 시장에 대형 스타 기업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레페리는 IPO 이후 코스닥 시장의 대표 성장주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최 의장은 “화장품 수출 100억달러를 달성했다지만 거품처럼 꺼지지 않기 위해선 ‘K-뷰티’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의 첨단 테크와 혁신이 공존하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지금 한국은 ‘뷰티밸리’인 셈”이라며 “레페리는 크리에이터들을 통해 한국 화장품이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글로벌 뷰티 산업의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