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성장과 물가 중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느냐는 대통령의 몫이다"라고 했던 취임 전 발언이 또다시 김중수
(사진) 한국은행 총재의 발목을 잡았다.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업무보고에 나선 김 총재의 이같은 인식에 대해 성토하며 조속한 기준금리 인상을 촉구하고 나섰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올려도 이상하고, 안 올려도 이상한 형국이 됐다.
이날 질의에 나선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은 최근 가파른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더딘 기준금리 인상을 고수하고 있는 김 총재를 겨냥해 지난해 3월 총재 내정 직후 인터뷰에서 했던 발언을 상기시켰다.
당시 김중수 총재 내정자는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성장도 해야하고 어느 시기에는 물가도 걱정해야 하는데 경제가 어려울 때엔 판단이 쉽지 않다"며 "이는 선택의 문제이고 이를 최종적으로 정하는 건 대통령의 몫"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의원은 "독립성이 가장 중요한 한국은행 총재가 이런 인식을 가진 것은 대단히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김 총재가 청와대 눈치를 보면서 기준금리를 더디게 올리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총재는 "당시 짧은 소견으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해도 정부가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권리가 있다는 점을 생각해 그렇게 답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충분한 답변 시간도 가지지 못했다.
앞서도 이종걸, 이용섭 민주당 의원들이 청와대 경제수석 이력 등을 거론하며 한국은행이 제 때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못했다는 정책 실기를 꼬집는 등 회의 내내 김 총재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 총재는 "정책 실기라고 보는 것은 하나의 주장일 뿐"이라고 반박했고 "청와대나 기획재정부의 영향력 때문에 기준금리를 조정했다는 얘기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특히 이용섭 의원은 "답하기 곤란하겠지만, 내일(10일) 열리는 금통위에서는 꼭 기준금리를 인상하라"고 김 총재에게 직접 주문하는 이례적인 모습까지 연출됐다.
결국 김 총재로서는 `청와대에 휘둘리는 독립성없는 중앙은행 총재`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서라도 기준금리를 인상해야할 궁지에 몰린 셈이다.
특히 이 자리에서 김 총재는 "3월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월(전년동월대비 4.5%)과 큰 차이없이 나올 것"이라며 물가 고공행진을 전망했고 "물가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다"는 답변까지 했다.
이쯤 되면 금리를 인상해도 우습고, 인상하지 않아도 이상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래저래 결과가 주목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25bp 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