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보희 기자] 내년 말부터는 수탁고가 10조원이 안되도 헤지펀드를 운용할 수 있게 된다. 과도한 진입장벽이 대폭 낮아질 전망이다.
1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 중 `수탁고가 10조원 이상인 자산운용사만 헤지펀드를 운용할 수 있다`는 인가 요건을 1년안에 재검토할 예정이다. 규제개혁위원회의 개선 권고에 따른 것이다. 헤지펀드 운용전문인력이 3명 이상 있어야 한다는 규정은 그대로 유지된다.
당초 금융위는 기존 종합 자산운용사 중 공·사모펀드와 일임재산액 수탁고 합계액이 10조원 이상인 운용사에게만 헤지펀드 인가를 내주겠다고 했다. 제도 도입 초기임을 감안해 운용경험이 있는 기존 자산운용사에 한해 헤지펀드 운용을 허용한다는 취지에서다.
이에 대해 규개위는 "과도한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며 "헤지펀드 제도의 안착 추이 등을 보아가며 단계적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개선권고에 따라 금융위는 수탁고 기준을 1년간만 10조원으로 유지하며 1년 안에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은 오는 2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따라서 1년 뒤인 내년 20일까지만 수탁고 요건이 적용되고 이후에는 새로 만들어지는 기준에 따르게 된다.
현재 인가 기준인 수탁고 10조원을 보유하고 있는 자산운용사는 13곳 이다. 미래에셋, 삼성, 한국, KB, 신한BNP파리바, 미래에셋맵스, 동양, 우리, 산은, 하나UBS, 교보악사, 알라안츠글로벌, 한화 등이다.
만약 새로운 안이 나오지 않으면 수탁고 규모와 상관없이 헤지펀드를 운용할 수 있게 된다. 위 13개 자산운용사 외에도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된 70여개 자산운용사들이 3명 이상의 전문인력만 확보하면 헤지펀드를 운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러한 방향의 규정 개선은 시장에 헤지펀드와 관련 제도를 완화하고 진입장벽을 낮춰나가겠다는 신호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김재칠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금융당국의 고민은 능력이 부족한 운용사들이 난립해 개인투자자들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일 것"이라며 "초기 시장을 안정적으로 정착키겠다는 측면에서 수탁고 10조원이라는 높은 기준이 설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운용의 자율성을 확보해줘야 하는 헤지펀드의 특성상 기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자산운용사 펀드 매니저는 "헤지펀드라는 분야가 높은 전문성과 비용을 필요로 해 아무나 쉽게 접근하기 힘든 만큼 기준을 낮춰도 시장에 혼란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