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세형 하지나 기자]
한진해운(117930)이 극심한 증시 불안 속에 유상증자에 나섰다. 주관사를 두 개로 하고 잔액인수 조건도 붙여 안전장치를 갖췄다. 하지만 주관사들은 60% 넘는 지분이 소액주주에게 있는 한진해운 주주구성에 더해 시장 상황이 꼬이면서 인수 부담이 생각했던 것보다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23일 IB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47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증자를 결의하면서 대우증권을 대표주관으로, 한국투자증권을 공동주관사로 선정했다. 대우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우리사주조합 배정과 주주배정, 그리고 실권주 일반공모가 끝난 뒤 남는 잔여 물량을 7대 3의 비율로 전부 인수하게 된다.
한진해운은 이전까지 시행한 증자에서 대우증권을 단독으로 써왔다. 대우증권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그룹 주채권은행인 점이 강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규모가 큰 데다 한국투자증권이 한진해운측에 공을 들인 것이 먹혀든 것으로 해석된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처럼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 4000억원이 넘는 증자 물량을 1개 증권사가 소화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한진해운이 한투증권을 우선적으로 챙겨줬고, 한투증권도 회사채도 인수하고 제3자배정 제안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으로서는 대우증권이 혼자 짊어질 부담도 덜어주면서 성공도 자신할 수 있게 됐다. 반면 주관사들은 가시밭길을 면하기 힘들 전망이다. 통상 증자 협의가 일정 정도의 시간을 갖고 진행되기 때문에 최근 1700선이 깨질 정도로 급격히 악화된 금융시장 여건은 생각했던 것과 다를 수 있다.
특히 한진해운의 주주구성은 시장 상황과 맞물려 잔액 인수 물량을 더 늘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한진해운은 지주회사 소속 회사로서 최대주주 한진해운홀딩스(37%)를 제외하고 5% 이상 보유한 주주가 없다. 양현재단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해도 대주주 물량은 37.68%에 불과하다. 시장 여건에 소액주주들이 대거 실권할 가능성이 있다.
또 지난해 5월 실시한 한진해운 증자에서 우리사주조합원의 청약이 낮았다는 점도 꺼려지는 요인이다. 당시도 이번과 마찬가지로 20%가 배정됐다. 배정된 508억원중 31%에 불과한 159억원어치만 청약이 이뤄졌다. 청약되지 않은 우리사주조합분은 일단 주주배정으로 돌려진다. 1400억원 가량 배정받은 한진해운홀딩스가 대주주로서 추가 배정분을 청약할 가능성이 높지만 소액주주에게 넘어가는 분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
IB업계 다른 관계자는 "주가가 생각보다 크게 하락할 경우 주관사단이 증자를 연기하거나 철회해 줄 것을 권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중순 607억원 규모 증자를 결의했던 아이에스동서는 최근 증자를 철회했다. 하나대투증권 등 3개 증권사가 잔액인수키로 했으나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두 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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