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현대건설(000720) 본입찰을 보름여 앞두고 있던 지난달 28일.
현대상선(011200)은 1027만주(3968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현대그룹의 주력계열사로 현대건설 인수자금의 `총대`를 매야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것과 별개로 상선 증자는 예정대로 진행된다. 시장의 시선은 다음달 24일 현대상선 유상증자 구주주 청약 마감일로 모아진다. 과거 현대그룹 경영권을 두고 이른바 `시숙의 난`을 일으켰던 KCC는 물론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의 증자 참여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 딜레마에 빠진 범현대가
현대상선이 이번 증자를 통해 새로 발행하는 주식은 1020만주. 증자 전 발행주식(1억4307만주) 대비 7%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현대그룹(우호주주 및 우리사주 포함)과 범현대가(현대중공업, KCC)가 자신들에게 배정된 물량을 모두 청약할 경우, 증자 후 지분율은 각각 38.7%, 30.1%다.
하지만 현대건설 인수라는 초대형 이슈를 겪은 만큼 변수가 많다. 범현대가의 입장에서는 상선 증자에 참여할 경우, 현대그룹에 건설 인수 `실탄`을 제공하는 셈이 된다. 반대로 증자에 불참할 경우 자신들의 지분율이 희석되면서 현대그룹과의 격차가 벌어져, 결과적으로 현정은 회장의 입지를 더욱 강화시켜 주는 꼴이 된다. 범현대가로서는 선택하기 쉽지 않은 `딜레마`에 빠지는 셈이다.
◇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 마침표 찍나
범현대가가 증자에 참여하더라도, 상선 지분 8.2%를 보유한 현대건설이 참여한다면 현대그룹은 총 46.9%의 지분을 거머쥐며, 지분율 경쟁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한다.
범현대가에서 증자에 불참해 대량의 실권주가 발생해도 큰 문제는 없다. 유상증자 대표주관사인 동양종금을 중심으로한 인수단이 전액 인수하고, 이는 당분간 현대상선의 우호지분 역할을 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이 경우 양측의 지분율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결국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와 함께 오랜 복병이었던 그룹 경영권 방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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