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차세대 에너지를 개발하는 핵융합 스타트업에 대한 글로벌 벤처캐피털(VC)의 투자가 늘어가는 가운데 독일의 한 스타트업이 1억 유로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는 현재까지 유럽에서 이뤄진 핵융합 스타트업 투자 라운드 중 최대 규모다.
 | (사진=프록시마 퓨전 홈페이지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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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현지 업계에 따르면 독일의 ‘프록시마 퓨전’은 체리벤처스와 발더튼캐피털, UVC파트너스, DTCF 등 글로벌 VC들로부터 1억 3000만유로(약 2042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핵융합은 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로, 기존 화석연료나 원자력 발전보다 안전하고, 바닷물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수소 동위원소 등으로 작동하는 만큼 지속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프록시마 퓨전은 2023년 독일 뮌헨에 설립된 핵융합 스타트업으로, 독일의 주요 플라즈마 연구소인 ‘맥스 플랑크 입자물리연구소’에서 분사됐다. 회사는 핵융합 상업화를 목표로 스텔러레이터(stellarator·초강력 외부 자기장으로 플라즈마를 감싸 지속적으로 안정된 핵융합 상태를 유지토록 하는 장치) 기반의 핵융합 발전소를 설계하고 있으며, 2031년 발전소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사들은 프록시마 퓨전이 ‘지속 가능한 청정에너지’라는 글로벌 목표로 기술적으로 실현하고 있다는 점에 큰 점수를 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프록시마 퓨전은 여타 핵융합 스타트업들과 달리 플라즈마를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구조적 이점을 지닌데다가, 이를 상업화할 수 있는 기술력과 팀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다.
여기에 2031년이라는 상용화 일정을 제시하면서 VC들의 투자금 회수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일부 해소했다는 점도 주효했다. 핵융합 산업의 특성상 연구·개발(R&D)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지만, 프록시마는 개발 구간을 단계적 마일스톤으로 세분화해 회수 리스크를 분산시켰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결과적으로 기술적 혁신성과 과학적 기반, 실행력을 모두 갖춘 사례인 셈이다.
한편 핵융합 기술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은 앞으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한 초대형 투자 사례 또한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미국의 퍼시픽 퓨전은 지난 3월에만 9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헬리온 에너지는 올해 초 시리즈 F 라운드에서 4억 2500만 달러를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