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지급보증에 기대 기업어음(CP)을 발행해 자금 조달에 나서는 기업이 늘고 있다.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자금 조달 여건이 녹록지 않아 불가피하게 보증을 받아 자금을 융통하는 모양새다.
1일 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한달동안에만 14개 기업이 보증부 CP를 발행했다. 지난 2월까지는 지급보증을 받아 CP를 발행하는 회사들이 월별 평균 5곳 안팎에 그쳤으나, 3월부터 10곳 이상으로 늘어났다.
보증부 CP는 신용도가 높은 회사에 수수료를 내고 보증을 받는 방식이다. 지급보증 약정 조건이나 보증을 선 금융사의 신용도에 따라 등급이 결정된다. 지급보증을 받아 자금을 조달할 경우 어음 이자 비용에 더해 금융사에 지급할 수수료 부담까지 더해진다.
보증부 어음 발행 증가 추세는 기업들의 자금 조달 사정이 더 악화되는 신호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장기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진 기업들은 CP와 전단채를 늘려 자금을 끌어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CP와 단기사채 발행실적은 149조5194억원으로 전월 대비 24조9550억원(20.0%) 늘어났다. 여기에 더해 단기 자금 조차 보증을 받지 않고서는 조달이 쉽지 않은 상태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고물가 지속과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있어 기업 자금난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자금조달 시장 투자심리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재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제 막 시작된 연준의 고물가 대응은 최소 미국의 6월 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그 사이 긴축 속도 가속화를 계속 언급할 공산도 크다”며 “한은 역시 연간 4% 대에 달할 소비자물가 전망과 2차 추경 등 단기 재정확대 기조를 고려했을 때 5월 추가 인상 대응이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이어 “고물가와 통화긴축은 5월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이는 채권시장 투자 심리 개선을 지연시킬 것”이라고 부연했다.
황세운 자본시장 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회사채 시장의 유동성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어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의 자금 압박이 점차 한계치로 치닫는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초까지는 계속 시장이 안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 초중반 쯤이면 파산하는 한계 기업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