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김연서 기자] “‘음식’이 아니라 ‘그릇’의 모양에 따라서 양을 제한하는 것은 불합리한 면이 있다”
지난 2월 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토큰증권 정책 간담회에서 나온 이야기다. 토큰증권의 투자 한도를 제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다만 금융 당국과 국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투자 한도를 제한하겠단 입장이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토큰증권 제도화 법안을 발의하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투자 한도를 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입법 과정에서 증권의 유형별로 일반투자자 한도를 다르게 적용할 전망이다.
두 의원은 “국내에서도 투자계약증권 등에 대한 유통시장을 형성하고 투자중개업자를 통한 다자간 장외 거래를 허용하면서 일반투자자 보호를 위한 투자 한도를 규정하고자 한다”고 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도 지난해 2월 발표한 토큰증권 정비 방안에서 장외거래중개업자 운영방안 중 하나로 일반 투자자 한도 제한을 둔다고 명시했다. 금융위는 “도산절연, 비정형성 측면에서 투자위험이 높은 투자계약증권의 한도를 더 낮게 정할 예정”이라고 명시했다.
시장에선 STO 법제화 이후 1인당 투자 한도가 1000만원 수준으로 제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외 시장에서의 투자 한도가 설정됨에 따라 발행 시 청약 한도도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될 것이란 해석에서다.
투자계약증권 투자 한도 3000만원인 이유는현재 토큰증권의 기반이 되는 투자계약증권은 일반투자자 1인당 최고 투자 한도를 3000만원 선으로 제한하고 있다. 열매컴퍼니, 서울옥션블루, 아티피오, 투게더아트는 청약한도 총액을 3000만원으로, 스탁키퍼는 2600만원으로 설정했다.
1인당 투자 한도는 업계의 압묵적 합의에 따라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 기준은 없지만 ‘조각투자’의 의미에 맞게 누구나 투자에 참여할 수 있도록 최대 투자 한도를 제한하고 있단 설명이다.
한 조각투자 업계 관계자는 “현재 법리적으로 투자계약증권에 대한 개인투자자 투자금액이 정해져있지 않다”며 “초기 미술품 투자계약증권의 투자 한도가 3000만원으로 설정되다 보니 업계가 암묵적으로 해당 금액을 최고 한도로 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암묵적 합의로 인해 투자계약증권 시장의 청약률이 더 저조한 양상을 보이고 있단 지적도 나온다. 3000만원 이상의 투자 수요가 존재하지만 청약 제한이 있다보니 그 이상의 투자가 불가능하단 것이다.
투자 한도 1000만원으로 내려갈까…업계 우려 목소리이러한 상황에서 법제화 이후 투자 한도가 1000만원 대까지 내려갈 경우 시장 활성화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자 보호 측면만을 강조하다 산업 발전 속도를 늦출 수 있단 것이다.
실제로 과거 투자한도 규제로 인해 크라우드 펀드와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은 과도한 투자 한도 제한으로 인해 시장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업계는 조각투자에 대한 투자 한도 제한은 투자자 보호와 규제적 안정성을 위해 필요하지만, 과도한 제한은 시장 활성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적절한 투자 한도 수준을 설정하고, 시장의 발전과 투자자 보호를 균형 있게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토큰증권은 증권을 발행하는 기술적 근거에 불과하다. 기술 방식에 따라 권리의 내용과 무관하게 투자 한도가 정해질 이유는 없다”며 “주식, 채권 등의 정형 증권도 토큰증권으로 발행될 수 있기 때문에 ‘토큰증권’이라는 이유만으로 투자 한도가 정해져선 안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물론 투자계약증권이나 비금전신탁수익증권에 대해 어느 정도의 투자 한도를 정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하지만 1인당 최대 투자 한도가 너무 낮아져선 안 된다. 투자 한도를 심하게 제한할 경우 시장이 활성화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