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수정 기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근원물가 상승률의 역전 예상시기를 당초 올해 말에서 내년으로 늦췄다. 근원물가는 통화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변수라는 점에서 김 총재의 이 같은 전망 변화의 의미가 적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김 총재는 지난 17일 한국은행 런던사무소에서 가진 특파원 간담회에서 "올해는 CPI(소비자물가지수)가 근원물가 보다 높지만 내년에는 근원물가가 CPI 보다 높을 것으로 보여 이를 낮추는 것이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어인플레이션, 핵심물가라고도 불리는 근원물가는 농산물과 국제 원자재가격 변화와 같은 일시적인 충격요인을 제외하고 산출한 것이다.
농산물이나 국제유가가 급등해 소비자물가가 치솟은 이후에는 석유화학제품가격과 외식비, 공공요금 등이 뒤이어 오르면서 근원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넘어서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보다 높을 경우 물가상승이 수요압력에 따른 기조적인 것으로 여겨진다"면서 "교과서적으로는 기준금리가 인상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김 총재가 이번에 근원인플레이션을 재차 강조함으로써 금리 정상화의 의지를 또 한번 표명한 것으로 볼수 있다. 그러나 근원물가 역전 예상시기가 올 4분기에서 내년으로 늦춰진 것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 총재는 지난 6월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올 4분기 코어인플레이션(근원물가)과 CPI가 역전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역전 예상시기가 늦춰진 것은 당초 예상에 없던 외부 변수가 돌출됐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 기상악화에 따른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3%까지 치솟았다. 상반기 전망하고는 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근원물가 역전 예상시기가 늦춰지고, 금리정상화 시기 역시 늦춰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유로존 사태로 금융시장 불안에 이어 실물경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특별한 상황에서는 근원물가 상승에서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는 교과서적인 정책을 펴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 리먼 사태이후 지난 2008년 10월부터 2009년 11월까지 근원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도는 역전현상이 일어났었지만, 같은 기간 기준금리는 5%에서 2%로 인하됐다.
한 이코노미스트는 "김 총재가 아무리 금리정상화에 대해 얘기하더라도 시장에서는 김 총재가 경기 방어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발언으로 올해까지는 금리정책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데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