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진섭 기자] 한국석유공사는 지난해 영국의 석유탐사 기업 다나 페트롤리엄을 적대적 인수·합병(M&A)로 인수했다. 당초 우호적 M&A를 추진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공개매수라는 깜짝 카드를 사용했다. 이는 국내 공기업들의 달라진 글로벌 자원개발, 경영 성과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꼽힌다.
공기업들이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민간 기업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해외 시장 개척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특히 실패할 확률이 커 민간기업도 주저하는 자원 개발 분야에서 외국 유수기업과 진검승부를 펼치며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해외자원개발에 적극적인 공기업들이 직면한 과제들은 여전히 많다.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공기업 부재는 국가 재정에 불안요인으로 부상했고, 자원개발 자체가 고위험, 고수익 투자라는 점 역시 부담이다.
◇ 올상반기 자원개발 투자 161억弗..자원개발은 생존전략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 상반기 해외직접투자(FDI)는 작년 상반기보다 131.8% 증가한 269억달러를 기록했다. 이중 해외자원개발 투자는 전체 절반이 넘는 161억1000만 달러로 작년 상반기보다 373% 급증했다. 석유공사의 미국 셰일오일 개발사업(84억7000만달러)과 가스공사의 호주 천연가스프로젝트 지분참여(36억3000만달러) 등 공기업의 해외자원개발 투자가 두드러졌다.
우리나라 석유·가스 등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7%에 달한다. 이는 우리나라 경제가 석유 등 자원 소비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이기 때문. 한해 국민 1인당 석유 소비량도 17.5배럴로 주요 선진국보다 많다. 공기업을 중심으로 해외 자원개발 투자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도 해외 자원 확보가 곧 한국 경제 생존의 필수 조건이다. 지식경제부는 우리나라 석유, 가스 자주개발률(전체 수입 자원량 대비 해외에서 개발해 수입해온 자원량 비율)'은 2010년 10.8%에서 2012년까지 20%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 민간출신 공기업 CEO..지역 다변화·M&A 등 활발
이 같은 방침에 따라 공기업들의 해외자원개발은 과거 아시아 중심에서 미주 유럽 아프리카 심지어 북극까지, 그리고 현지법인 설립에서 M&A를 통한 현지 기업 및 지분 인수 형태로 바뀌고 있다. 이전 수세적 자원개발에서 공격적인 자원개발로 트랜드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공격적인 경영이 가능한 데는 민간출신 사령탑들이 공기업 개혁을 주도하면 조직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은 게 주효했다. 김중겸(한국전력), 강영원(석유공사), 주강수(가스공사), 김종신(한국수력원자력), 김신종(광물자원공사)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최근 연임됐다는 점과 민간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철밥통으로 불리던 공기업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민간기업형 공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해외자원개발의 첨병역할을 하고 있는 공기업이지만 풀어야 할 문제도 많다. 당장 공기업 부채 문제가 가장 큰 골칫거리다. 한전은 2008년 이후 영업적자가 지속되면서 투자자금은 물론 이자비용까지 모두 외부에서 차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전 부채는 2015년까지 67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가스공사도 마찬가지다. 가스공사는 미수금 등 파격적인 대안이 수립되지 않으면 2015년까지 35조원이 넘는 부채가 예상되고 있다.
◇ 해외자원개발..공기업 부채·고위험 리스크 발목 이 같은 적자 구조는 해외자원개발을 하는 데 최대 걸림돌이다. 김중겸 한전 사장은 "해외 입찰에 참여할 때 비슷한 조건 하에서 발주처가 가장 먼저 따지는 게 부채"라며 "부채 해결을 위한 요금현실화 등의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해외시장이나 자원개발을 하는 데 운신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외자원개발 투자 자체가 고위험, 고수익이란 점 역시 공기업 입장에선 부담이다. 투자금 회수에 걸리는 시간이 길고, 성공 확률도 높지 않다는 점이다. 해외자원개발협회 한 관계자는 "엑손모빌 등 세계적인 석유회사들의 자원탐사 성공률은 20~30%에 불과하다“며 ”해외자원개발이 자칫 장및빛 청사진으로 흐를 수 있는 부분을 늘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