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③1000兆 눈앞…분리독립·스튜어드십코드 `절실`
등록 2016-12-06 오전 7:22:00
수정 2016-12-06 오전 7:22:00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만약 국민연금기금이 외부 의결권전문위원회에 삼성물산 합병 찬성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비록 가상이긴 해도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 국민연금의 의사결정 구조에서 외부 의결권전문위원회는 그야말로 자문기구일 뿐이다. 아무런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연금 의결권 행사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도 없다.
실제 독립 의결권이 없는 국민연금의 현 지배구조에선 그 누구도 책임있는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 기금운용본부는 보건복지부 아래에 있는 하나의 본부일 뿐이며 복지부 산하 기금운용위원회가 최고 의사결정권자다. 본부의 전문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위원회가 할 수 있는 일은 지극히 한정돼 있다. 대부분 중요 투자결정은 기금운용본부 투자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된다. 기금운용본부장을 수장으로 하고 각 부문별 실장들로 구성된다. 지난해 삼성물산 합병을 찬성한 주체가 바로 내부 투심위다. 이렇다보니 현재 연금의 투자 의사결정 구조를 보면 실질적인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 국민연금기금 성과평가보상전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진영 연세대 경영학 교수는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은 많지 않다”며 “누가 실질적인 책임을 쥐고 있느냐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결국 삼성물산 합병과정이 도마위에 올랐지만 이는 의사결정 절차상의 문제가 아닌 국민연금의 거버넌스가 본질적인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공단 별도 조직화…“독립 이사회 설립해야”
기금운용본부를 분리해 독립하는 방안은 지난 2008년 이후 꾸준히 논의돼 왔다. 현재 복지부 산하인 기금운용본부를 공사로 분리해 무자본 특수법인인 ‘국민연금 기금운용공사’로 만드는 방안이다.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책임투자자(CIO)의 역할을 수행하는 기금공사 사장은 기금운용위원회 위원들로 구성된 사장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복지부 장관이 임명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번번이 국회 입법이 좌절되면서 무려 8년이란 시간을 끌었다. 지지부진한 논의 속에 내년 2월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이전하는 방안이 통과됐다.
전문가들은 연금이 독립된 기구로 제대로 작동하는 이사회가 있었다면 이번 삼성 합병과 같은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신 교수는 “이사회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기금 독립의 관건”이라며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사회를 통해서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운용본부를 독립시키는 다양한 논의들이 있지만 핵심은 이사회라는 설명이다.
한국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대안
현실적으로 기금공사화가 힘들다면 기관투자자의 책임투자를 명시한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도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으로 개인들의 자금을 위탁 받아 운용하는 기관들이 지켜야 할 원칙들을 정해 놓은 지침이다. 국내에선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5일 공청회를 열고 연내 제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팀장은 “수탁자의 책임 이행 활동 범위를 의결권 행사로 한정짓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라며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한 기업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4년 국민연금기금 의결권 행사지침을 마련해 의결권 행사시 원칙으로 운용 중이다. 하지만 이번 삼성합병 논란처럼 내부 지침만으로는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되기 어렵다. 정윤모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공사화 이전에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 삼성 합병 사태와 같은 논란이 반복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