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전북 전주 혁신도시 내에 지난달 26일자로 뼈대를 갖춘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빌딩이 들어서 있다. 내년 2월 입주를 앞두고 마무리작업이 한창이다. 이 건물의 대지면적은 1만5400m2으로 지하1층~지상8층 규모다. [사진=성선화 기자] |
|
[전주(전라북도)=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내년 2월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이전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전주 혁신도시를 찾았다. 4일 아침 서울 용산역에서 7시5분 전주행 KTX에 몸을 실었다. 평일은 물론 주말까지 서울에서 전주로 내려가는 KTX는 늘 만석이다. 이른 아침이 아니면 입석조차 예매할 수 없이 매진이다. 오전 8시 48분. 두 시간여 만에 전주시 동북 측에 위치한 전주역에 도착했다. 한산한 역(驛)사를 빠져나와 전주 혁신도시으로 가는 72번 일반버스를 타고 ‘호반2차아파트’ 정류장에서 내렸다. 일요일 아침이라 교통체증 없이 달렸지만 1시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기차로 2시간, 버스로 1시간 총 3시간이 걸린 셈이다.
◇3개월만에 또 30명 채용공고…“누가 내려가겠나”오전 10시쯤 도착한 전주 혁신도시는 아침 안개가 도시 전체를 뿌옇게 덮어 유령 도시를 연상케 했다. 버스정류장에서 20여분을 걸어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기금운용본부에 도착했다.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서울 가로수길에 위치한 지금의 본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정막이다.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공사에 분주한 인부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허허벌판에 우뚝 선 최신식 빌딩은 묘한 신구(新舊)의 조화를 이뤘다.
내년 2월 기금운용본부가 이곳으로 이전하면 직원 220여명이 삶의 터전을 옮기게 된다. 여기에 유관 국내 금융기관은 물른 해외 운용사들까지도 연금 관계자와의 미팅을 위해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를 찾아야 한다. 인천국제 공항에서 이곳을 방문하려면 무려 4시간이 걸린다.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보다 앞서 2년전 세종시로 이전한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국내 금융기관들보다 해외 금융사들이 많이 불편해 한다”며 “그들에겐 서울에서 1시간 걸리는 세종시도 부담스러운 거리”라고 말했다.
전주 이전에 따라 올 연말까지 30여명이 국민연금을 떠날 예정이다. 내년 이전 이후에도 추가 이탈이 예상된다. 지난 8월 22명의 신규 인원을 충원했지만 연말까지 추가로 30명을 더 뽑고 있다. 하지만 지원자가 많지 않아 채용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전주 이전을 앞두고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해 기금운용본부는 올해 연봉을 10% 인상했지만 업계 대비 낮은 수준이다. 40대 후반 팀장급의 연봉이 1억원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연봉도 시장 수준보다 낮은데 전주까지 내려간다면 실력있는 사람들이 굳이 근무할 이유가 없다”며 “운용인력의 질이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 | △3개월 뒤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빌딩 준공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사진=성선화 기자] |
|
해외 투자 ‘에이스’ 간부들 대거 이탈…수익률 악화 우려전주 이전으로 기금 내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부문은 ‘해외투자’다. 최근에 연금을 떠난 3명의 팀장을 포함해 해외 투자 전문 인력들이 대거 유출됐다.
지난 10년간 해외 부동산을 담당했던 강영구 팀장은 이지스자산운용 해외부문 대표로 스카우트 됐고 해외 프라이빗에쿼티(PE) 전문가인 배용석 책임운용역도 한화자산운용 상무로 명함을 바꿨다. 이윤표 해외 인프라 팀장은 트러스톤자산운용사 임원으로 김준구 해외 채권 팀장은 홍콩으로 떠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전주 이전이 이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며 “젊은 싱글은 물론 자녀가 어린 부부들은 거주지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동안 해외 인프라팀, 해외채권팀, 해외주식팀 등은 해외 투자가 기금의 수익률을 이끌어 왔다. 해외가 포함된 대체 투자 수익률은 2014년 이후 2년 연속 12%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연금의 해외 인력 유출이 향후 수익률에 악영향으로 줄 것으로 전망했다. 해외 투자 전문 인력들은 양성도 쉽지 않지만 대체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소위 ‘에이스’ 간부들이 대거 이탈했다”며 “해외 투자 네트워크는 구축하기가 쉽지 않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금의 두 자릿수 높은 수익률은 대부분 글로벌 운용사들이 공동 투자를 한 경우가 많았다. 블랙스톤, KKR 등 글로벌 운용사들과의 기존 인맥을 통해서만 할 수 있는 투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