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①국민 노후자산 좀먹는 '정치셈법' 도려내자
등록 2017-04-03 오전 6:00:00
수정 2017-04-03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민주 기자] 지난달 31일 오후 전라북도 전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회의실. 기금운용본부의 박성태 리스크관리센터장 등을 비롯한 7명이 진행한 투자관리위원회의 분위기는 여간 무거운 게 아니었다. 주요 안건은 기금운용본부가 보유중인 대우조선해양의 회사채 3900억원에 대한 채무재조정. 이날 회의에서는 분식회계로 인한 기업 가치 훼손과 국내 조선업 전망 등을 감안해 회사채 상환 연장 또는 출자전환 등을 거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금융감독당국이 대우조선해양을 살리기로 방침을 정한 마당에 원칙대로 출자전환 등을 거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사실상 정부(보건복지부장관)의 지시와 감독을 받고 있어서다. 그렇다고 선뜻 찬성하기도 쉽지 않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결과정에서 겪었던 후폭풍이 걱정되기 때문이다.기금운용본부가 1999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운용자산이 560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3대 연기금으로 성장했지만 이에 걸맞는 지배구조를 갖추지 못한 탓이다.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파생하는 문제들도 적지 않다. 사실상 직접적인 정부 지배를 받으면서 공공기관 이전 계획에 따라 기금운용본부는 지난 2월 말 본사를 전주로 옮겼다. 이 과정에서 수 십명의 핵심 운용역이 떠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빚어졌다. 아울러 지배구조 개편이 하루빨리 이뤄지지 않으면 기금 고갈에 따른 장기적인 목표 수익률 관리에 어려움을 겪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다.전광우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기금 운용규모가 커지면서 자율적 독립적 경영을 위한 지배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며 “기금공사 설립 이외에도 국민의 재산관리를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책임감을 갖고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여러가지 얘기가 나올 수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기금운용체계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