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전문기업인 국동(005320)은 2008년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 손실로 인해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된다. 이후 2014년 10월과 지난해 6월 한국성장금융의 재기지원펀드를 통해 각각 50억원, 75억원을 투자받아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제도인 패스트트랙 프로그램(FTP)을 졸업하게 된다. 투자금 덕에 지지부진하던 설비투자가 이뤄지면서 정상적인 생산활동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국동은 지난해 3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늘어나는 등 활력을 되찾고 있다.
국내 경기 침체로 중소·중견기업들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재기지원펀드가 주목받고 있다. 재기지원펀드를 통해 재기에 성공하는 중소·중견 기업이 많아지면서 펀드의 규모도 매년 확대되는 추세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성장금융은 올해 성장사다리펀드를 통해 재기지원펀드에 1000억원을 출자한다. 시중은행 등 민간 자금과 합쳐 최소 2000억원 규모의 재기지원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상반기 안에 운용사 1~2곳을 선정할 예정이다.
한국성장금융은 앞선 2014년과 2015년 두 차례 출자 사업으로 총 2150억 규모의 재기지원펀드 3개를 조성해 운영 중이다. 2014년에 실시된 1차 사업 때는 나우아이비캐피탈과 SG 프라이빗에쿼티(PE)·케이스톤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재기지원펀드 2개를 조성했다. 결성 금액은 1130억원으로 펀드 금액의 70% 가량이 소진됐다.
2015년 2차 사업 때는 에버베스트·유진자산운용이 운영하는 1400억원 규모의 재기지원펀드를 조성했다. 재기지원펀드의 만기는 보통 8년이며 4년은 투자, 4년은 회수가 이뤄진다.
재기지원펀드란 일시적인 재무적 어려움을 겪는 중소·중견기업에게 자금을 지원해 재기를 돕고 건강한 기업성장 생태계 조성을 위해 만든 펀드를 말한다. 한국성장금융 등과 같은 운용기관들이 출자와 민간 자금을 합친 재기지원펀드를 조성한 뒤 벤처캐피탈(VC)과 사모투자펀드(PEF) 등 민간 전문투자기관에 운영을 맡기는 구조다.
현재 재기지원펀드를 통해 법정관리 6개 기업(340억원 투자) △워크아웃(FTP포함) 2개 기업(245억원 투자) △사전적 구조조정 4개 기업(240억원 투자) 등 총 12개의 기업들이 지원을 받고 있다. 코스피 상장사인 국동을 비롯해 △우양에이치씨 △우창공업△ 재영솔루텍 △코스모화학·코스모앤컴퍼니 등이다. 기존까지는 중소기업의 주력 업종인 제조업에 가장 많은 금액이 투자됐지만 기타 도매업과 식품업 등으로 지원 대상의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국내 경기 침체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중견기업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기지원펀드의 역할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법원에 파산 또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기업 수는 총 1533개로 집계됐다. 파산·법정관리 신청 기업 수는 2011년 1024개를 기록한 뒤 △2011년 1024개 △2012년 1199개 △2013년 1296개 △2014년 1411개 △2015년 1512개 등으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한국성장금융 관계자는 “일반 기업재무안정펀드는 단순 부실채권 매매를 통한 수익실현을 도모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재기지원펀드는 투자 기업의 영업 정상화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법정관리 등 사후적 구조조정 기업 뿐만 아니라 재무 구조 개선을 도모하는 중소·중견기업 앞 사전적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