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김연서 기자] 70만 투자 커뮤니티 플랫폼 ‘더리치’를 운영하는 빌리어네어즈. 조현호 빌리어네어즈 대표는 3년 전 경기도 포천에 농장을 조성했다. 산사나무, 청단풍, 왕벚나무, 메타세쿼이어, 이팝나무 등 약 1000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단순한 조경 사업이 아니다. 이 나무들은 곧 토큰증권(ST)으로 금융시장에서 거래될 자산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나무에 조각투자하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 | 조현호 빌리어네어즈 대표. (사진=빌리어네어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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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설립된 핀테크 스타트업 빌리어네어즈는 현재 70만 명이 이용하는 소셜 투자 플랫폼 ‘더리치’를 운영 중이다. 조 대표는 “예전과 달리 저축만으로는 은퇴 준비가 쉽지 않다”며 “더리치는 개인 투자자들이 서로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공유하고 경쟁하면서 은퇴 목표를 향해 나아가도록 돕는 서비스”라고 소개했다. 이어 “장기적 안목을 바탕으로 안전한 은퇴를 달성하자는 비전을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더리치를 70만 투자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성장시킨 빌리어네어즈는 3년 전 1000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STO(토큰증권발행) 사업에 나서기 위해서다. 조 대표는 “투자자들이 더 다양한 자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STO 시장 개화를 기다리고 있다”며 “여러 자산군을 조사하다가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 바로 수목 시장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목 시장은 연간 1조 원 이상 규모로 형성돼 있지만 나무를 키워 판매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투자금이 장기간 묶인다”며 “이 같은 자산을 유동화하는 데 STO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 | 빌리어네어즈가 포천에 조성한 농장. (사진=빌리어네어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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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어네어즈가 구상하는 수목 조각투자의 구조는 부동산 조각투자와 유사하다. 조 대표는 “수목 자산의 재산권을 안전하게 보장하기 위해 ‘입목등기’를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특정 토지에 심어진 나무의 종류, 수량, 시기 등을 등기부에 기재해 재산권을 인정받는 제도다. 입목등기가 완료되면 수목 자산을 신탁사에 맡겨 증권을 발행하고 이 증권은 그동안 높은 진입장벽으로 접근하지 못했던 개인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투자 수단이 된다.
물론 리스크도 있다. 특정 나무가 과잉 공급되면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 하지만 조 대표는 “STO가 활성화되면 그동안 전산화되지 않았던 수목 시장의 공급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리스크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직 국내에선 STO 법제화가 완성되지 않아 본격적인 시장은 열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빌리어네어즈는 실제로 수목 농장을 운영하며 경험을 쌓고 있다. 조 대표는 “나무는 성장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면서도 “제도화가 이뤄지면 투자 회전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트너십 전략도 병행한다. 빌리어네어즈는 조경·수목 전문 회사인 트리디비와 헤니 등과 협력해 수목 관리부터 매각까지 안정적인 운영 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는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갖춘 기업과 협력해야 투자자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목 STO는 단순 투자상품을 넘어 ESG 가치와도 연결된다. 조 대표는 “나무도 반려동물처럼 ‘내 나무 한 그루’를 소유하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며 “투자자가 앱을 통해 자신의 나무를 확인할 수 있다면 환경 보호와 투자 수익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고 대중의 ESG 의식도 자연스럽게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제도적 과제도 남아 있다. 조 대표는 “토큰증권 발행과 유통 과정에서 과도한 비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가 설계되길 바란다”며 “그래야 다양한 자산을 토큰화해 실험하며 시장이 성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앞으로 3~5년 안에 더리치를 전국민이 사용하는 플랫폼으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며 “국내를 넘어 해외 투자자들도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Web3 지갑 연동과 글로벌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