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①IB 강호 웃기고 울린 IPO
우리의 승부수…대우 잇단 `쓴맛`
등록 2011-08-18 오전 8:35:45
수정 2011-08-18 오전 8:35:45
[이데일리 신성우 기자] 올 상반기 주식자본시장(ECM)은 유난히 투자은행(IB)들을 웃기고 울렸다. 기업공개(IPO) 시장이 유난히 두드러졌다. 전통의 강호들이 맞붙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하이마트 상장공모는 우리투자증권에게 명예회복의 영예를 안겼다. 대우증권은 중국고섬에 이어 또다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중국고섬 사태의 후폭풍이 거세게 일어 중국계 기업들이 홀대를 받았다. 대기업 계열사들의 그늘에 가려 주식시장 문턱에서 발길을 돌린 기업들도 적지 않았다.
이데일리의 2011년 상반기 ECM리그테이블에 따르면 IB들의 전체 주관인수실적은 3조9006억원이다. IPO 2조8300억원(73%), 유상증자 1조670억원(27%)이다. IPO 부문이 IB들의 순위를 가른 최대 승부처였던 셈이다.
주목받은 IPO 딜은 단연 KAI와 하이마트를 꼽을 수 있다. 공모금액이 각각 4200억원, 5680억원으로 엇비슷했다. 게다가 기관 수요예측이 각각 6월15~16일·16~17일, 공모는 21~22일·23~24일로 잡혀있던 터라 흥행을 놓고 벌인 한 판 승부는 흥미로움 자체였다. 전통의 강호 우리투자증권과 대우증권의 혈전을 예고했다.
우리투자증권은 판정승을 거뒀다. KAI의 위력은 대단했다. 수요예측에서 222개 기관이 참여해 51.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모가는 희망가격 범위(밴드) 1만4000~1만6000원의 상단 부근인 1만5500원. 여세를 몰아 일반청약에서는 48.95대 1로 2조8900억원의 자금을 빨아들였다.
우리투자증권을 1위에 올려놓은 1등 공신이다. 지난 2월의 현대위아(5200억 원)도 빼놓을 수 없다. 대표주관 미래에셋증권은 일진그룹 계열 일진머티(1858억원) 주관까지 더해 올 1분기 때 두각을 나타냈다. 이에 힘입어 상반기 3위에 랭크됐다. KAI와 현대위아는 또한 각각 공동대표주관, 공동주관을 맡은 현대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4, 5위에 오르는데 힘을 실어줬다.
◇ 차이나 리스크에 운 대우·한화·삼성·신영증권
2위 대우증권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수요예측 당시 2.98대 1이란 기관들의 외면으로 밴드 5만9000~6만7700원 하단으로 공모에 나선 하이마트는 일반청약률이 2.6대 1에 그쳤다. 청약자금은 5530억원에 불과했다. 중국고섬 사태 이후 명예회복을 벼르던 대우증권으로서는 또다시 명성에 흠집이 났다. 게다가 인수단은 113억원(19만 여주) 어치의 실권주를 떠안기도 했다.
지난 1월 2100억원 공모에 나선 중국고섬의 여파는 컸다. 청약납입 결과 청약주식이 전체의 49.8%인 1494만주에 머물렀다. 인수단이 1054억원(1506만주)을 떠안았다. 대우증권이 582억원(831만주)으로 가장 많고, 한화증권 역시 380억원(543만주)에 달했다. 각각 117억원, 32억원의 수수료를 챙겼지만 빛이 바랬다. 1월25일 신규상장한 중국고섬은 자회사의 회계처리문제로 지난 3월22일부터 4165원에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대우증권과 한화증권의 평가손실이 각각 235억원, 154억원에 이른다.
중국고섬 사태의 여파는 이후 ECM 시장에 `쓰나미`를 몰고 왔다. 삼성증권과 신영증권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었다. 삼성증권 단독대표주관으로, 중국고섬 이후 처음으로 6월2~3일 상장공모에 나섰던 중국기업 완리인터내셔널홀딩스 역시 `차이나리스크`를 뛰어넘지 못했다. 5.9대 1의 저조한 수요예측 경쟁률을 받아들었고, 밴드(4100~5500원) 하단으로 500억원 공모를 실시한 후 삼성증권에 돌아온 것은 36억원(88만 여주) 어치의 실권주였다.
뿐만 아니다. 싱가포르증권거래소(SGX)에 상장되어 있는 중국기업으로 한국주식시장에 2차 상장을 추진 중이던 컴바인윌홀딩스는 공모일정을 접었다. 당초 6월30~7월1일 1100만주(기준공모가 2430원 기준 267억원) 공모에 나섰지만 공모가 결정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가 어렵다고 판단되자 철회했다.
◇ 수요예측, 기관들의 편애
수요예측 과정에서 기관들의 호응도가 뚜렷하게 갈렸다. 대체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인지도 높은 기업들은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KAI를 비롯해 현대위아, 일진머티, 세아특수강, 코오롱플라스틱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코스닥 상장을 위해 일반공모를 진행하던 비메모리 반도체 테스트 업체 테스나는 지난 6월28일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테스나는 당초 125만주, 밴드 기준으로 162억~188억원 가량의 상장공모를 계획했다.
7월1일에는 씨엔플러스가 바통을 이어 받았다. 한마디로 수요예측 때 기관들이 찬밥 대접을 함으로써 가격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유통시장이 2100포인트대에서 견조한 흐름을 보이는 상황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코스닥의 경우 상장 후 공모가에도 못 미치는 곳이 많아지면서 기관들의 참여가 양극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리딩투자증권의 리딩밸류제1호SPAC으로 시작된 공모철회 흐름은 6월13일 한양증권의 한양비에이치SPAC, 7월7일 LIG투자증권의 LIG마스터SPAC으로 번졌다. IB업계 관계자는 "현재 22개 SPAC이 상장돼 있는데다 차별성이 없어 굳이 신규SPAC에 투자할 메리트가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