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김연서 기자] “한우 산업은 사육 시장이 22조원, 유통 시장이 14조원 규모다. 전체 사육 두수는 약 372만마리에 달한다. 대규모 산업이지만 시장은 굉장히 폐쇄적이고 자본 조달에 대한 방식 또한 제한적이다. 한우 산업과 금융을 결합한 혁신으로 독보적 사업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 안재현 스탁키퍼 대표. (사진=스탁키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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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로 한우 조각투자 시장을 개척한 안재현 스탁키퍼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한우 산업의 고착화된 유통구조와 불합리한 유통 비용의 변혁을 만들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시장에선 그간 폐쇄적으로 운영되던 한우 시장에 도입된 ‘조각투자’가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지 주목하고 있다.
2020년 설립된 스탁키퍼는 한우 조각투자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스탁키퍼는 조각투자 플랫폼 뱅카우를 통해 가축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하고 있다. 가축 투자계약증권의 기초자산인 가축을 선매입 한 후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한다. 플랫폼을 통해 증권 청약과 공모를 진행하고 기초자산인 가축을 매각해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분배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B2B(기업간거래) 및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채널을 통해 유통 사업도 적극 확장 중이다. 2023년 1월 고기설계소 1센터인 ‘SMART 가공전문센터’를 설립했고, 지난해 9월에는 전국구 한우 유통을 위해 고기설계소 2센터인 SMART 물류포장센터를 설립했다. 한우 레스토랑 브랜드 ‘솔직한우’도 론칭했다. △2022년 1월 솔직한우 옥수점 1호점 △2023년 12월 솔직한우 용산점 2호점 △2024년 11월 솔직한우 역삼점 3호점 등을 오픈했다.
고착화된 한우 유통구조에 변화 일으키는 ‘뱅카우’스탁키퍼는 한우 농가에 새로운 자금조달 방안을 제공한다. 농가는 뱅카우를 통해 조달한 사업 자금으로 한우를 키우고 뱅카우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분배한다. 기존의 한우 산업은 농가가 사업 자금의 100%를 토지담보대출과 2·3 금융권이나 캐피탈을 통해 조달해왔다. 막대한 이자를 부담하는 구조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조각투자의 도입으로 한우 산업에 새로운 자금 조달 통로가 생겨 대출 의존도가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겼다.
스탁키퍼에 따르면 한우의 평균 생산비용은 800만원이다. 한우가 성장해 경매장에서 낙찰되는 평균낙찰가는 950만원이다. 하지만 복잡한 유통시장을 거치면서 가격은 1000만원 이상 더 오른다. 소비자의 식탁 위에서 한우 1마리의 가격은 약 2200만원까지 상승한다. 안 대표는 뱅카우를 통해 이러한 유통구조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소비자의 한우 구매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탁키퍼는 고착화된 한우 유통시장의 고착화된 문제를 해결하고자 유통까지 사업 영역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그는 “뱅카우 고객의 투자 수익을 확장하고 한우 산업을 안정화하기 위해 밸류체인을 확대하기 시작했다”며 “한우 투자를 통해 사육하는 것 뿐만 아니라 한우를 직접 가공하고 마지막 유통하는 형태까지 우리가 할 수 있으면 (뱅카우) 고객의 수익이 안정화되고 확장될 수 있겠다”고 했다. 이러한 판단 하에 고기설계소와 솔직한우 등을 설립했다는 설명이다.
투자계약증권 발행 500억 규모 목표…“지역상생도 고민”지난해 스탁키퍼는 총 다섯 번의 가축 투자계약증권 청약을 통해 총 19억9978만원을 공모했다. △1-1호 유전능력 높은 상품 △1-2호 유전능력 높은 50마리 △2-1호 25년 추석 EXIT 상품 △2-2호 한우 명가 화산면 상품 △2-3호 牛사인볼트 EXIT 상품 등 다섯 건의 투자계약증권이 모두 청약 완판을 기록했다.
스탁키퍼가 올해 발행한 투자계약증권의 평균 청약률은 161%로 집계됐다. 올해 진행한 다섯 번의 가축투자계약증권 공모 청약에서 모두 청약률 100%를 가뿐히 넘기며 공모 흥행에 성공했다. 1-2호 투자계약증권의 청약률이 222%로 가장 높았고, 2-2호 투자계약증권의 청약률이 107%로 가장 낮았다.
올해 스탁키퍼는 투자계약증권 발행 규모를 20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안 대표는 “올해 한우 투자계약증권 발행을 통해 총 공모 금액을 500억원대까지 늘릴 계획”이라며 “6000두 이상의 소를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공동사업자로 한우를 사육할 농가는 모두 마련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발행량을 크게 늘리는 것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스탁키퍼는 청년, 지역과의 상생도 고민하고 있다. 안 대표는 “한우 산업에 진입하려면 시작부터 최소 1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청년들이 쉽게 진입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지방이 서울처럼 되길 바라며 경제를 키우는 것도 맞지 않은 방법이다. 미국의 텍사스, 실리콘벨리 등이 각각 성격이 다른 것처럼 한국도 지역에 맞는 경제를 꾸려야 한다”고 했다.
안 대표는 한우를 키울 수 있는 지역에서 토지를 제공받아 스탁키퍼가 조각투자로 자금을 조달하고, 청년들이 농가 사업자로 들어오는 식의 사업 구조를 구상하고 있다. 안 대표는 “지역상생 조각투자 사업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며 “전라북도, 강원도 등의 지역에서 지역상생 사업을 본격화해 스탁키퍼의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해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