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문전박대`만이 능사일까
등록 2011-08-18 오전 8:35:35
수정 2011-08-18 오전 8:35:35
[이데일리 신성우 기자] 2007년 8월17일. 한국 주식시장의 한 획을 긋는 날이었다. 한국증시 사상 처음으로 외국기업이 첫 발을 내디뎠다. 그로부터 4년째. 한국 자본시장은 `차이나리스크`로 요동치고 있다. 지난 1월25일 상장된 중국고섬이 진앙지다. 자회사의 불투명한 회계처리로 상장 두달 만인 3월말 이후 거래정지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중국고섬. 이 사태는 한국 자본시장에 시련을 안겨주고 있다.
중국계 썬마트홀딩스와 중국대제국제유한공사는 예비심사 관문을 통과해 놓고도 상장계획을 접었다. 완리인터내셔널홀딩스는 중국고섬 이후 처음으로 상장공모에 나섰지만 돌아온 것은 36억원(88만여주) 실권이란 차디찬 대접 뿐이었다. 싱가포르증권거래소(SGX)에 상장돼 있는 중국기업으로 한국주식시장에 2차상장을 추진중이던 컴바인윌홀딩스는 공모 직전에 철회했다.
이 뿐인가. 19개 외국기업 중 중국고섬 사태 이후 주가가 오른 곳은 7월11일 현재 단 두 곳 뿐이다. 16개 중국계 기업은 모두 하락했다. 이쯤되면 국내 투자자들의 싸늘한 시선에서 벗어날 탈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국내 투자자들이 `불신의 늪`에 빠져 4년전의 기대감을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중하게 생각해 볼 때다. 정작 `차이나리스크`를 불러온 것은 극히 일부 기업의 회계 불투명성 및 내부통제 미비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무차별적인 불신을 보내기에는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사실 국내에서도 1조5900억원 규모의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분식회계 사태가 터졌던 게 지난 2003년 3월의 일이다. 이후 우리나라는 회계제도를 개선하고 회계감사를 강화하면서 투명성을 높였다. 너그럽게 본다면 중국계 기업들의 `성장통`으로 볼 수도 있다. 같은 맥락에서 국내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으려는 중국계 기업들과 투자은행(IB)들의 노력 또한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다.
중국식품포장은 최근 한국인 사내이사를 선임하고 한국대표사무소를 설립했다. 완리인터는 등기임원 6명(감사 포함)중 한국인 임원이 2명이다. 싱가포르에 이어 한국에 2차상장하는 컴바인윌은 주식예탁증서(DR)가 아닌 원주 발행으로 상장에 나서기도 했다.
`차이나리스크`를 계속해서 만들어낼 경우 부담은 결국 한국 주식시장 및 국내 투자자들의 몫이 된다. 외국기업 상장의 필요성은 자명하다. 해외 국부의 국내 이전 효과가 만만찮다. 성장성 높은 국가의 우량기업을 상장시킴으로써 국내투자자가 해외기업의 성장의 결실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내 IB들의 국제 경쟁력 강화 및 영업 기반 확대를 통해 투자자들은 국내 IB들이 주선하는 우량 외국기업들의 열매를 맛볼 수 있다. 국내 IB들이 국제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외국기업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에 적극 참여해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하는 게 중요하다. 해외상장된 국내 기업 대부분이 국내 IB들의 현지법인이 있음에도 외국계를 통해 상장하는 등 국내 IB들은 경쟁력 열세에 있다. LG필립스LCD(모간스탠리·UBS), KT(모간스탠리), SKT(골드만삭스), 포스코(골드만삭스), STX팬오션(골드만삭스·DBS), 금호타이어(JP모간) 때가 그랬다.
특히 중국기업들은 최근 잇단 IPO 추진으로 전세계 IB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중국 등 외국기업의 국내 상장은 국내 증권사의 국제적인 IB 영업기반 확대와 증권산업 경쟁력 제고에 기여한다. 중국을 배경으로 급성장하는 우량기업들을 국내 증시에 공급하는 일은 안정적 성장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코스닥 시장의 건전성 및 안정성 확보에도 한 몫 한다. 기관 및 외국인들의 관심 유도는 궁극적으로 중소기업 자금 조달 기반을 강화한다. 오늘보다는 내일을 생각할 때다. 중국계 기업이라면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본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에 귀기울여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