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박미경 기자] 금융감독원은 상장사의 증권신고서·투자설명서 등 발행 관련 공시 서류에 대한 심사를 진행하는 공시심사실을 기존 ‘실(室)’에서 ‘국(局)’으로 격상했다. 주주 가치 훼손 우려가 대두된 기업들에 대해 공시 심사 단계에서 제동을 거는 등 기업의 자금조달 과정을 더 면밀하게 살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공시심사실을 공시심사국으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공시심사국은 공시심사기획팀, 특별심사팀, 공시심사1·2·3팀, 공시조사팀 등 총 6개 팀으로 나뉜다. 실에서 국으로 변경이 된 건 해당 조직의 위상이 대폭 강화됐음을 뜻한다.
금감원은 자본시장법 제122조를 근거로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증권신고서 심사 결과 △증권신고서의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아니한 경우 △증권신고서 중 중요사항에 관해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않은 경우 △중요사항의 기재나 표시내용이 불분명해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할 경우다. 이러한 요구를 받게 됐을 때 3개월 이내 정정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자본시장법 제122조 제6항에 따라 철회된 것으로 간주한다.
금감원은 증권신고서의 내용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경우 무제한으로 정정 요구가 가능하다. 통상 금감원은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과 물밑 소통을 통해 신고서를 보완하도록 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에게 모두 알리며 ‘주의’를 주기 위한 의도로 간혹 공시를 통해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를 한다. 실제로 지난해 두산그룹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무려 7번이나 증권신고서를 정정하기도 했다.
특히 금감원은 자본시장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을 명분으로 유상증자 등 기업의 자금조달 과정에서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유상증자를 위한 증권신고서를 반려한 기업을 살펴보면 금양, 고려아연, 이수페타시스 등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대두된 곳들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9월 고려아연이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을 빚는 과정에서 2조5000억원의 깜짝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하자 즉시 제동을 건 사례가 대표적이다. 고려아연의 유증 계획 발표 다음날 금감원은 ‘자본시장 현안 브리핑’을 개최하며, 이례적으로 특정 회사의 유상증자건에 대해 세밀하게 들여다 보겠다고 엄포를 놨다.
당시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고려아연의 유상증자의 추진 경위 등을 살펴보고 부정한 수단이나 위계를 사용한 부정거래 등 위법 행위가 확인되면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결국 고려아연은 유증 결정을 최종 철회했다.
유상증자는 기업의 주요한 자본 확충 수단 중 하나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기업들의 자금조달 과정이 차질없이 이뤄지도록 돕겠다는 입장이다. 또 과도한 시장개입보다는 투자자 보호를 우선했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고환율과 수출 둔화 등 경기 침체 우려가 큰 만큼 기업들의 자금조달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다만 목적이 불분명하거나 불공정한 행위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