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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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지난달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이 2심 재판에서 나란히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봤다. 문 전 장관이 복지부 공무원들을 통해 국민연금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점을 유죄로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로 인해 기금 운용의 자율성이 침해되고, 국민연금에 주주가치 훼손이라는 손해를 초래했다고 봤다. 홍 전 본부장은 투자위원들에게 합병 찬성을 지시해 국민연금에 거액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 국가의 연금을 관리하는 전임 장관과 본부장이 나란히 수갑을 찬 채 나타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들의 수난사가 잇따르고 있다. 2대 조국준 전 본부장은 “투자 결정권이 없다”며 사의를 표했다가 반려당한 적이 있고 3대 오성근 전 본부장은 정권 교체에 따른 사퇴 압력으로 중도에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강면욱 전 본부장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정권이 바뀌면서 돌연 불분명한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 국민연금은 이후 5개월째 기금운용본부장 적임자를 찾지 못한 채 공석 상태다.
이사장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제1대 장원찬 이사장부터 제15대 문형표 이사장에 이르기까지 역대 국민연금 수장 중 임기 3년을 온전히 채운 인사는 단 세 명(4·9·13대)에 불과했다. 중도 하차한 비율이 80%에 이른다.
특히 최광 전 이사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5월 취임했으나 핵심보직인 기금운용본부장 인사문제 등을 놓고 복지부와 갈등을 빚다 임기 7개월을 남기고 중도 사임했다. 당시 최 이사장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찬성을 이끌어 낸 홍완선 전 본부장과 기금운용본부 독립 추진안을 놓고 갈등을 빚었고, 임기가 코앞으로 다가온 홍 본부장의 연임 불가를 통보했다. 이에 홍 본부장의 연임을 원했던 복지부는 협의 절차가 없었다며 최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들이 단명한 이유로 각 정권이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인사를 좌우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기금운용의 전문성보다는 정치적 성향이나 학연, 지연 등을 먼저 고려했다는 얘기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유럽 등을 통틀어 한국의 정치적 외압이 유독 심하다”며 “국민연금 최고투자책임자는 전문성이 가장 중요하고, 전적으로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