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안혜신 기자] 국내 투자시장에서 외국계 자본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국내 운용사들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자금력과 경험에서 밀리는 국내 운용사들은 여러 투자처에서 해외 운용사들에게 기회를 빼앗기면서 운용 노하우를 제대로 쌓을 수 없는 환경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결국 다시 기관 투자자들이 경험이 부족한 국내 운용사보다 해외 운용사를 선택하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국내에서 이제 막 투자를 시작한 데이터센터의 경우 국내 운용사가 글로벌 운용사와 경쟁력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데이터센터 사업 자체가 국내에서는 최근 들어서 주목을 받으면서 관련 사업을 진행해본 경험이 없는 국내 운용사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는 데이터센터 뿐 아니라 전반적인 부동산 투자에서도 비슷한 분위기다. 특히 국내 기관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대체투자 관련 투자는 더욱 그렇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기관 투자자들도 부동산 투자 재개에 나서면서 국내 운용사보다는 글로벌 운용사들이 가져오는 딜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 경기 하남시에 위치한 맥쿼리 데이터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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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부동산 투자를 재개하려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국내 운용사보다는 외국계 운용사가 가져오는 투자건들을 위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국내 운용사가 가져오는 딜 중에서는 매력적인 투자처를 찾기 쉽지 않고 리스크도 높은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기관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투자처인 사모대출 부문 역시 국내 운용사보다는 외국계 운용사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투자처 중 하나다.
사모대출이 오래 전부터 발달한 미국과 유럽 등과 달리 국내는 크레딧펀드라는 이름으로 대부분 프리IPO(기업공개)나 우선주 투자 등을 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IMM크레딧솔루션, 스틱 등 일부 국내 대형 사모펀드들이 사모대출 시장에서 활발하게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워낙 은행권 대출의 영향력이 센 우리나라 금융권의 특성상 진정한 의미의 사모대출 시장이 아직 본격적으로 조성되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데이터센터는 특히 그렇지만 어느 분야든 운용 주체가 중요하다”면서 “운용 주도권이 글로벌 운용사로 넘어가게 되면 국내 운용사 입장에서는 경험 축적 기회까지 막혀버리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