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기회의 땅’
자본시장에서 중동 및 북아프리카(MENA) 지역 국가를 일컫는 수식어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도 풍부한 유동성과 뚜렷한 성장기조로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수월한 만큼 글로벌 투자은행(IB)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IB 업계 역시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자금 조달, 공동운용(Co-GP) 펀드 조성, 합작법인(JV) 설립 등을 통해 현지에서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안간힘이다. 특히 아랍에미리트(UAE)는 지난해 대통령의 국빈 방문 후 국부펀드를 통해 자금을 풀기로 했기 때문에 국내 관계자들의 관심이 더욱 쏠리는 국가 중 한 곳이다.
올해 역시 현지 국부펀드가 정부의 경제 다각화 기조를 잇기 위해 인바운드(투자유치)뿐 아니라 아웃바운드(해외 진출) 투자를 늘릴 전망이다. 중동 진출에 대한 국내 IB 업계의 관심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 |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
◇ 현지서 법인 차리고 펀드 만들고25일 산업통상자원부 외국인투자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우리 기업의 중동 투자 규모는 3억 5100만달러(약 5101억원)로 전년 동기 1억 1000만달러(약 1599억원) 대비 218% 증가했다. 중동에 신규 법인을 차리면서 투자한 규모가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국내 IB 업계도 지난해 MENA 지역에 진출해 Co-GP 펀드 조성, JV 설립 등 다양한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IMM인베스트먼트가 꼽힌다. IMM인베는 홍콩법인을 중심으로 중동 벤처캐피털(VC) 두 곳과 Co-GP 펀드를 결성해 현지뿐 아니라 국내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벤처수크와는 최소 4000만달러(약 573억원) 이상의 펀드를 결성할 예정이고, 쇼룩파트너스와는 총 1억달러(약 1432억원) 규모의 신규 공동운용 펀드를 결성한다는 방침이다.
스타트업의 진출 성공 사례는 더욱 많다. 국내 스타트업이 현지 기업형 벤처캐피털(CVC)나 국부펀드로부터 직접 자금을 조달하거나, JV를 설립한 경우가 지난해 눈에 띄게 많아졌다.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은 지난해 7월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CVC로부터 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에 성공했다. 또다른 AI 반도체 팹리스 스타트업 페블스퀘어는 사우디 현지에 컨설팅 기업 클러스터와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합작법인 클러스터 AI랩스는 현지 VC 두 곳으로부터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업계 한 관계자는 “UAE 아부다비 정부의 테크·스타트업 지원 기관 허브71을 포함해 다양한 현지 정착 및 투자 지원 프로그램이 운영 중인데 이들 모두 초기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며 “이를 통해 현지에서 네트워크를 넓히고 CVC나 국부펀드로부터 자금 조달에 성공한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 확대 기조에 쏠리는 시선MENA 지역 국부펀드들은 국가별 미래 경제 정책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핵심 산업과 제조업에 투자하는 기조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 즉, 이들에게서 자금을 조달하면 현지 JV 설립, 기술이전, 생산공장 설립 등 생산기지화를 통해 중동과 인근 지역으로 보다 용이하게 진출할 수 있다.
국부펀드의 운용 비중은 주식이나 채권 등과 같은 해외 자본시장 투자에서 산업 육성책으로 이동했다. 전 세계 우량 기업에 직간접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 VC와 협력해 전 세계 혁신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데에도 적극이다. 활발한 연구개발(R&D)·시설 투자로 제조산업 체계를 다변화하고 자국 내 밸류체인을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경제 다각화라는 국가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지난해 중동 국가들이 국부펀드의 탄탄한 실탄을 바탕으로 인바운드, 아웃바운드 투자에 적극이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에는 UAE가 특히 아웃바운드 투자에 더욱 적극적이었다. 지난해 UAE의 국부펀드인 무바달라는 사우디 공공투자기금(PIF)을 제치고 투자금 지출 1위에 올랐다. 무바달라의 지난해 투자금은 292억달러(약 42조 7891억원)로 이는 전년 175억달러(약 25조 6445억원) 대비 67%나 급증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국부펀드를 중심으로 한 중동 출자자(LP)들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고자 올해 국내 IB 업계 다수 관계자가 중동으로 향할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한국투자파트너스는 최근 글로벌사업팀을 만들고 미국, 동남아, 유럽뿐 아니라 중동까지 네트워크를 넓힐 계획이다.
국내 IB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LP 자금 유치를 위해 고민하던 중 포트폴리오사를 통해 중동 LP와 연이 닿게 됐다”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고자 자주 출장길에 오를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