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국내 은행들이 해외 투자은행(IB) 사업에 슬슬 시동을 걸고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 인프라 사업 투자가 쉽지 않지만, 유럽과 미국 등 주요 투자대상국의 봉쇄조치가 점차 풀리는 분위기인 만큼 정보수집이나 투자대상 리스트업 등을 통해 워밍업에 나선 것이다.
국내 은행들은 기존 진출한 해외 IB데스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꽉 막힌 해외 IB사업의 활로를 뚫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KB국민은행 등은 글로벌 IB시장 경색 속에서 값진 성과를 올리면서 해외 진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평가다.
 | |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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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힌 글로벌 IB 시장…금융주선 등으로 활로 모색시중은행 구조화 금융 관계자는 13일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사태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IB사업이 꽉 막혔다”며 “환율 흐름이 불안한 상태여서 가급적 발을 뺀 상황이지만 언제까지 이어질 모르는 상황에 무조건 사업을 두고 볼 수만 없어서 현지 IB데스크를 통해 시장 동향과 딜 소싱(투자대상 발굴)여부를 매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규모 글로벌·IB 부문 거래를 무리하게 진행하기에는 부담이 크지만 국내 기업의 해외 사업에 투자하는 형태로 투자 진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2일 KB국민은행은 약 7조원 규모의 해외 인프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 대출기관으로 참여했다. 코로나19사태 이후 막혔던 IB 부문에서 국내 시중은행의 첫 해외 사업 투자다.
국민은행은 캐나다에서 2억4000만 캐나다달러(약 2097억원) 규모의 천연가스(LNG) 파이프라인 PF 선순위대출과 관련한 금융약정을 체결했다. 이번 사업에는 국민은행 인프라금융본부가 직접 딜을 소싱하고 뉴욕IB데스크가 현지에서 실무를 진행했다. 국민은행이 참여하는 프로젝트는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 콜럼비아주에 약 667km에 달하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는 80억 캐나다달러(7조원)로, 로얄 뱅크 오브 캐나다 등 캐나다의 5대 은행을 비롯해 총 27개의 글로벌 금융기관이 대주단으로 참여한다. 국내 은행으로는 국민은행이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가스공사의 국가 에너지 자원 확보 전략에 맞춘 금융지원 역할을 하고 LNG 분야 글로벌 선도 기업들의 장기 이용계약에 따른 안정적 사업구조 등을 고려해 이번 금융지원에 참여했다”며 “코로나19로 해외 프로젝트 물량이 급감한 와중에 딜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은행 해외IB데스크 ‘기지개’시중은행 해외 IB데스크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은행별로 강점을 두고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딜 소싱을 준비 중이다. 한 시중은행 독일 법인장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올해 구상했던 글로벌과 IB부문 사업은 모두 중단하고 프로젝트 검토만 하는 상황”이라며 “독일에서도 차츰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산업활동이 이뤄지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우량 인프라 자산 중심의 금융지원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올 하반기 베트남과 싱가포르에 IB데스크를 설치해 그동안 코로나로 중단했던 신남방 지역 금융사 인수와 사회간접시설(SOC)에 대한 금융주선에 집중할 예정이다.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도 호주 시드니, 뉴욕, 런던을 포함해 각국 중심지에 IB 데스크를 설치해 딜 소싱에 직접 나서고 있다. NH농협은행도 연내 호주 시드니와 홍콩에 IB법인 개설을 계획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홍콩·중국·독일법인 등과 연계를 강화해 금융주선 등을 살피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등 계열사 네트워크를 통한 소싱으로 해외펀드의 국내주식 매입을 위한 블록딜 주선을 비롯해 신남방 지역의 SOC사업 투자를 검토 중이다.
우리은행도 작년 국내 IB그룹과 베트남우리은행, 베트남 IB데스크와 협업을 기반으로 베트남에서 금융 주선과 국내 기업 진출을 통한 투자 업무를 계획하고 있다. 베트남 민영항공사 비엣젯 1억 4000만 달러 금융주선을 하는 등 구조화 금융사업에 중점을 두겠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베트남을 비롯해 동남아 시장 확장 전략을 전면 재수정했다. 해외 인프라 투자는 최근 코로나19로 해외 현장 실사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추진하는 건설 사업에 금융 주선을 맡는 형태로 투자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그룹 차원의 GIB팀과 인수금융에 주안점을 두고 지난해 미국 ‘쉬완스’ 소수 지분 인수금융 주선 등과 같은 틈새시장 공략에 나서기로 했다.
시중은행 IB 담당자는 “해외 영업점에 기대를 많이 걸었었는데 코로나 불확실성이 언제쯤 끝날지 알 수 없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며 “해외IB데스크를 통해 글로벌 부문과 협업을 통한 은행의 수익 창출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