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중소벤처기업이 자금조달 지원·경영 자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국내 증권사들의 벤처 지원 실적이 크게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의 중소·벤처기업 지원을 늘리기 위해 중기특화증권사 제도를 도입하는 등 다방면으로 제도를 시행해왔으나 유의미한 성과가 없었던 것이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권사들의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 중개 사례는 0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0년 1건에 그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아예 증권사들이 중계에 크라우드 펀딩 중개에 손을 놓은 양상이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창업·벤처기업의 자금조달 활성화를 위해 도입됐다. 금융기관에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을 경우 유용한 창구로 쓸 수 있도록 하는 취지였다. 제도 도입 이후 이용하기 위한 기업이 문을 두드리는 사례는 꾸준히 있었지만 증권사들의 중계 사례도 의지도 갈수록 줄어드는 양상이다. 증권사들의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주관 실적은 지난 2016년에는 53건, 2017년에 62건을 기록했지만 2018년에는 39건 2019년에는 9건으로 점차 줄어들었다.
 | |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
금융당국이 ‘중소기업특화 증권사(중기특화증권사)’ 제도 도입을 포함, 증권사들에게 중소·벤처기업을 다방면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맡기려는 시도를 꾸준히 해왔으나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역시 증권사가 맡도록 강조된 역할 중 하나였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6년 4월 중소·벤처기업 금융업무에 특화된 증권사 육성을 위해 ‘중소기업특화 증권사(중기특화증권사)’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 상반기 중에 4기가 신규 지정돼 7개사가 지위를 획득했다. 4기에 중기특화증권사 지위를 신규 취득하거나 연장된 곳은 케이프투자증권과 DS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IBK투자증권, SK증권 등이다.
그러나 중기특화증권사 제도 도입 이후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 및 조달 지원 실적은 크지 않았다. 출범 이후 4년의 시간 동안 이뤄진 중기특화증권사의 총 자금 공급 실적은 1조원, 자금 조달 지원 사례는 3조2000억원에 그쳤다. 벤처기업 대상의 자문 서비스 제공 사례도 극소수인 양상이다. 사실상 대기업 위주의 사업 확장이나 M&A, 재무 및 경영자문 서비스 수수료만 돈이 되기 때문이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당국에서도 중소형 증권사들이 해외 중소형 IB들처럼 중소벤처기업을 지원하는걸 타켓으로 해서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모델이 잘 형성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중소형 증권사들마저 지원이 미미하다 보니 국내에는 벤처기업을 위한 경영자문 서비스나 M&A중개 시장 형성이 안 돼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본 효율성 측면에서 보면 벤처 규모 기업을 지원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현실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중소 벤처기업과 스타트업들을 자꾸 발굴하고 지원해야 그 기업들이 다시 큰 고객이 되어 돌아오고 하겠지만 증권사들이 자발적으로 나서도록 할 체계가 아직 크게 부족하다”고 말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는 사실상 게릴라부대 같은 성향이 있다. 단발적으로 치고 들어갔다가 신속하게 수익을 회수하는 방향으로만 이익모델을 만든다”며 “이런 증권사들이 호흡이 긴 벤처기업을 지원하게 하려면 당국에서 기초 시장을 다져놓고 확실히 사업자가 유입될 유인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