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6월 27일 5시 이데일리 IB 정보 서비스 ‘마켓인’에 표출됐습니다]
[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세계적인 발광다이오드(light emitting diode) 기업인 서울반도체는 최고경영자(CEO)가 기업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서울반도체는 미국계 반도체 제조사 ‘페어차일드’ 출신 엔지니어들이 1987년 3월 설립한 회사로 기술특허를 대량 보유하고 있었지만 사업성과를 내지 못했다. 결국 1992년 인수·합병(M&A)시장에 매물로 나왔으며 당시 삼신전기 부사장으로 재직중이던 이정훈 대표가 사재를 털어 서울반도체를 인수했다. 오너이자 CEO가 된 이 대표는 서울반도체 인수이후 25년간 기술개발(R&D)과 영업 확장 등에 올인해 기업가치(EV)가 2조원에 이르는 알짜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다이오드, 트랜지스터, LED 제품을 생산하는 종합 LED 업체인 서울반도체의 성장 과정은 크게 2010년 전후로 나뉜다. 이정훈 대표는 1992년 경영권 인수이후 기술 혁신과 사업성을 접목한데 이어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토록 조직구조를 개편했다. 그 결과 밝기 효율과 낮은 전력, 긴 수명이 특징인 세계 최초의 교류 전원용 LED 반도체인 ‘아크리치(Acrich)’ 제품이 탄생했다. 인수 당시 1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도 1999년 163억원으로 증가하면서 설립이후 처음으로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2002년 1월에는 인수이후 10년만에 코스닥시장에 입성했으며 2007년 매출액은 2500억원까지 증가했다. 덕택에 2011년에는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하며 성공신화를 쏘았다. 이는 LED TV 모멘텀에 기반해 업계가 공통적으로 호황을 누렸던 2010년 연간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최대실적을 기록한 영향이 컸다. 앞서 2009년 2월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던 일본 니치아와 서로 특허를 인정하는 내용의 ‘상호 특허 공유(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맺음으로써 리스크를 없앤 것도 신의 한 수로 평가받았다.
잘 나가는 듯 했던 서울반도체는 2010년이후 영업이익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IT 관련된 매출 부진과 조명 매출액의 증가가 지연된 점이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당시 증권가는 서울반도체의 기업분석 리포트에 유독 절치부심이라는 단어를 많이 썼다. 뚝심의 승부사로 통했던 이 대표를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매년 매출의 10%가량을 지속적으로 연구개발(R&D)에 투자한 이 대표의 경영철학은 실적으로 화답했다. 서울반도체는 디스플레이 LED 백라이트유닛(BLU)과 TV 부문의 수요 감소를 신사업인 자동차와 휴대폰 LED 부문으로 상쇄한데 이어 조명 부문에서는 지속적인 고부가가치 제품 출시로 경쟁력을 높였다. LED 패키지가 필요 없는 신제품 와이캅(Wicop2(, 기존 제품 대비 원가 60%)를 시장에 연착륙시킨 것도 실적 향상에 도움이 됐다. 단위 면적당 5배 이상 밝은 nPola 제품과 시장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UV LED(자외선 LED) 등도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지난해 UV LED를 활용한 Mos-Clean 제품을 출시해 많은 호평을 받은 서울반도체는 5조원 이상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머큐리램프가 점진적으로 UV LED로 교체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반도체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대비 6% 하락한 9538억원을 기록한 반면 영업이익은 26% 증가한 57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과 자기자본이익률(ROE) 등은 같은 기간 각각 33%, 37% 증가한 6.0%, 5.9% 등을 기록했다. 외형성장 축소에도 불구하고 내실이 더 탄탄해진 셈이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역시 전년대비 6% 증가한 1707억원을 기록했으며 EV/EBITDA는 미래가치를 반영하는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이 걷히면서 37% 하락한 6.2배를 나타냈다. 단순 기업가치(EV)만 놓고 본다면 1조원을 웃돌고 있다. M&A시장에서 통상 거래되는 10배 정도의 멀티플을 적용한다면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가치는 2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지산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서울반도체는 와이캄 등 차별적인 제품군을 바탕으로 북미 스마트폰 고객 내 주도적 지위 확보, 자동차 외부 조명 공략, BLU 점유율 상승 등의 성과를 내며 독자적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점에서 2010년과는 질적으로 다른 모습”이라며 “여기에 베트남 공장 등 신규 투자에 적극 나서는 등 올해는 설립이후 최대 실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