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금리 인상 등으로 가라앉았지만 벤처캐피털(VC) 업계만큼은 아직 뜨겁다.
나날이 치열해지는 스타트업 투자 경쟁에 일부는 베팅 금액을 상향 조정하는가 하면, 일부는 현업 경험이 풍부한 심사역을 영입해 하우스 전문성에 힘을 주는 모양새다. 다만 일각에서는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VC들도 M&A 업계와 마찬가지로 투자에 신중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과거와 같은 과감한 베팅이 줄면서 VC들의 ‘돈 잔치’가 당분간 재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 |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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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VC들은 최근까지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디지털 헬스케어, 메타버스, 게임 분야의 스타트업들에 과감하게 베팅했다. 예컨대 국내 한 메타버스 게임사는 지난주 시드 라운드에서 4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받으며 업계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통상 10억원 안팎으로 이뤄지는 시드~시리즈A 투자 라운드에 수 백억 원이 쏠린 만큼, 전례 없는 투자가 쏟아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VC들의 이러한 베팅에 스타트업들은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올해 초 수 백억 원 규모의 시리즈 투자를 받은 한 스타트업 대표는 “투자를 거절한 경우도 있었다”며 “성장 로드맵을 구체화하기 어렵거나 사업과의 시너지를 생각할 때 맞지 않는 투자사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피투자사가 투자사를 고르는, 갑과 을의 구조가 뒤바뀐 셈이다.
스타트업이 투자사를 고르는 이러한 실정에 VC들은 현업 경험이 풍부한 심사역을 영입해 전문성을 강화하거나 하우스 홍보 차원에서 경영지원 인력을 채용하며 대외협력 역량을 강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이한 현상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중한 투자 행보를 보이기 시작한 해외의 동향을 국내 투자사들도 따라갈 것이라는 업계 의견이 속속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 VC들은 3723건의 스타트업 딜에 약 86조1550억원을 쏟아 부었다. 이는 95조원 가량을 쏟은 지난해 1분기 규모에는 소폭 못 미치는 수준이다. 불안정한 경기 상황으로 엑시트 사례가 대폭 줄어들면서 펀딩 계획을 미루는 VC들도 나타나고 있어 전망이 밝지만은 못하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는 그간 초기 성과가 좋으면 펀드 운용 규모를 대폭 키우고는 했다”며 “어느 순간부터 AUM이 중요한 시장이 되어 버렸는데 이는 수익률 차원에서 펀드 사이즈를 함부로 키우지 않는 해외와는 상반되는 행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엑시트를 비롯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일부 사라진 만큼, 국내 VC들도 당분간은 투자에 신중한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