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물가가 오르니 구독하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부터 끊겠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거침없이 덩치를 키우던 콘텐츠 스트리밍 기업들이 위기에 봉착했다.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는 구독자를 밑천 삼아 투자유치를 받고 기업공개(IPO)까지 노리던 상황이 예기치 못한 새 국면을 맞았기 때문이다.
금리·물가·원자재 등 트리플 인플레이션 국면에 ‘클릭 한번에 해지할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비용 단축의 첫 단계로 꼽히는 게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단기적인 흐름이 아닌 장기전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생존 해법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 |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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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4명 중 1명 “스트리밍 줄이겠다”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음원이나 동영상은 물론 웹툰·웹소설, 도서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모든 콘텐츠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사세를 키워나갔다. 이들 서비스는 ‘합리적이다’는 인식을 타고 저마다 남부럽지 않은 성장 속도를 그렸다.
온라인 스트리밍이 차세대 서비스로 급부상하자 자본시장도 반응했다. 업체별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운용사나 벤처캐피털(VC) 등 재무적투자자(FI)를 끌어모으며 시리즈(단계별) 투자를 차곡차곡 유치했고, 수천억 많게는 조 단위 밸류이에이션(기업가치)을 인정받았다. 내친김에 글로벌 시장 진출이라는 승부수를 띄우면서 IPO까지 바라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균열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생하기 시작했다. 올 들어 금리와 물가, 원자재 가격이 한꺼번에 오르면서 콘텐츠 스트리밍에 돈을 쓸 여유가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당장 국내 기준금리가 1년 새 2%포인트 오르면서 가정마다 부담해야 하는 대출 이자만 수십만원씩 오른 상황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 국면이 한창이던 시기, 가정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급증했던 콘텐츠 소비 시간이 줄기 시작한 것도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 EY한영이 최근 전 세계 2만 가구를 대상으로 벌인 ‘디지털홈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5%가 “시청하지 않는 콘텐츠에 너무 많은 돈을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27%는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개수를 줄일 계획”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콘텐츠 스트리밍 기업들의 구독자 급감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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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위기 시그널…구독자 사수 급선무 이러한 분위기는 생각보다 빠르게 퍼지고 있다. 토종 OTT 서비스인 왓챠는 자금난에 시달리는 나머지 50% 가까운 인력 구조조정과 지분 매각까지 나서면서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올해 2월까지만 해도 글로벌 시장 진출과 추가 서비스 론칭 등 청사진을 쏟아냈지만, 투자자들의 차가운 평가와 마주하며 회사 존폐 기로에 섰다.
왓챠 인수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콘텐츠 기업 ‘리디(RIDI)’도 애니메이션 기반 OTT ‘라프텔’ 매각을 검토하면서 몸 사리기에 나섰다. 리디는 올해 2월 1조 6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차기 IPO 기대주로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영업이익에 구독자 사수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배제하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25일 한국거래소의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전자책 구독 플랫폼 ‘밀리의 서재’ 청약 성적도 관심을 끌고 있다. 밀리의 서재는 약 5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전자책 구독 플랫폼이다.
밀리의 서재는 2018년 매출액 16억원에서 지난해 289억원으로 18배 가까이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손실도 63억원에서 145억원으로 늘었다. 다만 올해 상반기 210억원 매출에 1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을 두고 시장에서 어떤 평가를 할지가 관건이다.
자본시장에서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시장에서 후한 평가를 받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꾸준한 구독자 증가를 꼽는다. 그러나 구독자 유지를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이유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하나의 흐름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결국 모든 기업이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 증명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국면에 서비스를 줄이는 소비자들이 더해지면서 흡족한 평가를 당장 내리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넷플릭스도 구독자 유지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광고가 삽입된 저가형 구독 모델을 출시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한창이다”며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도 소비자들을 확실히 유인할 포인트를 찾아내는 것이 급선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