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사모펀드에 'CEO 지원서' 몰린다
등록 2017-06-13 오전 6:00:00
수정 2017-06-13 오전 9:24:48
[이 기사는 12(월) 오전 11시 이데일리 IB정보 서비스 ‘마켓인’에 표출됐습니다]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국내에서 조(兆) 단위 운용자금을 굴리는 한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A대표는 최근 대학동문으로부터 구직 문의 전화를 받았다. 마케팅 전문가인 이 동문은 A대표에게 앞으로 인수할 기업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자리가 있으면 소개해 줄 것을 부탁했다. 그동안 국내 대기업에서 임원직을 두루 거쳤지만 50대 은퇴를 앞두고 새 출발하고 싶다는 설명도 강조했다.
바이아웃(Buy out, 경영권 매매)을 전문으로 하는 사모펀드에 최고재무책임자(CFO), CMO 등 이른바 ‘C레벨’들의 이력서가 쇄도하고 있다. 실적에 대해 확실한 성과보수를 보장해 주는데다 오너의 경영 간섭없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내의 굵직한 기업들을 인수하고 매각해온 VIG파트너스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운영하는 기업들이 합리적이고 투명하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라며 “능력있는 전문경영인들이 직접 문의하기도 하고 지인을 통해 부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VIG파트너스는 인수한 기업의 전문경영인 영입에 필요한 ‘선발 모집단’으로 C레벨들의 이력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전적으로 헤드헌터들의 역량에 의존했지만 최근에는 사모펀드로 직접 접수된 전문경영인들까지 두루 고려하는 셈이다. 이 관계자는 “경영권을 인수하는 바이아웃 전략을 추구할 땐 전문경영인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인수 기업에 적합한 인재를 찾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검토하며 최근 C레벨들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인재풀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실제 바이아웃펀드들은 능력있는 C레벨 전문경영인을 교체해 기대 이상의 큰 성과를 냈다. 최근 10년 새 국내 사모펀드 업계에서 빅딜로 꼽히는 오비맥주, 버거킹 등의 성공 비결로 ‘C레벨 드림팀’이 꼽히고 있다. 인수 2년 만에 투자금의 2.3배를 회수하며 연 30% 높은 IRR(연환산내부수익률)을 달성한 버거킹도 문영주 CEO, 전진욱 최고개발책임자(CDO), 유주열 CFO의 드림팀을 꾸린 것이 주효했다. 당시 미스터피자 CEO였던 문영주 대표는 유통업계 마케팅의 달인으로 마켓오 등 손대는 브랜드마다 대박을 터뜨렸다. 문 대표 영입 이후 버거킹의 매출은 2배 이상 뛰었고 성공적인 매각에 기여한 성과를 인정 받아 약 20억원의 성과보수를 받았다.
지난해 베인캐피탈이 인수한 마스크팩 제조사 카버코리아도 삼성전자 출신의 CFO와 CMO가 영입돼 경영 효율화에 박차를 가했다. 카버코리아는 마스크팩 브랜드 A.H.C로 잘 알려져 있다.
김수민 유니슨캐피탈 대표는 “전문경영인과 사모펀드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며 “사모펀드가 인수하는 기업은 은퇴를 앞둔 전문경영인들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 창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용어설명 - C레벨
CEO(최고경영자),CFO(최고재무책임자), COO(최고운영책임자), CMO(최고마케팅책임자) 등 기업이나 단체의 경영을 책임지는 직급에 있는 임원을 말한다.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가 기업을 인수·합병(M&A)하면서 각 부문별로 새로운 경영진을 선임하기 위해 C레벨 인재를 리스트업해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