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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우리도 손정의처럼”…한국판 비전펀드 시동 걸리나

대기업 해외 투자·외부 출자 허용 촉각
"한국판 비전펀드 출범 속도내야" 의지
공격적 투자와 펀딩이 글로벌 스탠다드
산적한 장애물 여전…새정부 의지 관건

등록 2022-04-29 오전 4:50:00

수정 2022-04-29 오후 1:2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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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투자 장벽을 완전히 허물어달라”

새 정부 취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자본시장과 재계 안팎에서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요점은 간단하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VISION FUND)’처럼 국내 대기업들도 해외 투자와 외부 자금출자 전면 허용을 검토해달라는 것이다.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규제가 완화되는 분위기지만 이걸로는 만족스럽지 않다는 평가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국내 대기업들도 글로벌 시장에서 화끈하게 투자하고 입지를 넓힐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국내 벤처투자는 물론 해외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 육성에도 국내 대기업이 나서야 한다는 게 재계 주장이다. 이른바 ‘한국판 비전펀드’ 출범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 또한 적잖은 가운데 새 정부가 재계 메시지에 응할지가 관건이다.

국내도 비전펀드 만들 때 되지 않았나요?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재계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대기업 해외 투자와 외부 자금출자 전면 허용 검토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일반지주회사도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설립을 허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분 100%의 자회사 형태여야 하는데다 차입 한도 또한 일반 벤처캐피탈(자기자본 800~1000%)에 한참 못 미치는 자기자본 200%로 제한돼 있어 갈증이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재계의 요청은 앞선 CVC 허용에서 한발 더 들어간 형태로 직접 펀딩(자금조성)을 주도하고 딜소싱(투자처 발굴) 등 해외 투자를 주도할 수 있는 펀드를 만들 수 있도록 길을 터달라는 게 핵심이다. 롤모델은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다. 일본 IT(정보통신) 기업인 소프트뱅크가 모태지만 127조원 규모 1호 펀드에 이어 137조원 규모의 2호 비전펀드를 굴리는 글로벌 투자자로서의 명성이 더 자자하다.

펀드 조성 과정에서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사우디아라비아국부펀드 등의 출자를 이끌어내며 천문학적인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지난해 미국 증시에 상장한 이머커스(전자상거래)기업 쿠팡과 야놀자 등 국내 시장 기반 유니콘에도 거액을 투자하면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올 들어서는 바이오 기업에 투자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미국 생명공학 전문 매체인 바이오센추리에 따르면 비전펀드2는 올해 1분기에만 8억900만달러(1조31억원) 투자를 집행했는데, 7곳의 바이오벤처기업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총 16곳의 바이오벤처에 투자한 것과 비교하면 바이오벤처 투자에 속도를 올리며 선제 투자에 나섰다.

넘어야 할 장애물 산적…새 정부 의지가 관건

국내 대기업 입장에서도 벌어지는 격차를 두고만 볼 수는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봤을 때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느냐”라며 “새 정부가 긍정적으로 검토해주고 새 기준을 만들기 위한 협의에 나서는 것으로도 유의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선 이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4차례나 만난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회장은 지난 22일 부산상의 회관에서 진행된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기원 대회’에서 “정부와 원팀으로 일심전력 다할 것”이라고 협력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등 각별한 관계 형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2일 오전 부산 부산진구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계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기원 대회에 참석해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인수위 기자단)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은 대기업의 자본시장 참여가 이미 속도를 내고 있다면서도 자본시장 내 새로운 판이 깔리느냐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대기업 펀드 출자를 통해 해외 투자로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이미 기업들이 여러 방면으로 투자 범위를 넓히고 있지 않느냐”라며 “대기업이 투자를 주도하는 포지션이 주어진다면 전에 없던 그림이 나오긴 할 것이다”고 평가했다.

무르익는 기대감에도 넘어야 할 장애물이 적지 않다. 대기업의 해외 투자나 자금 출자를 전면 허용할 경우 특정 대기업에 대한 특혜로 비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산분리(금융 자본과 산업 자본을 분리하기 위한 법률)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깐깐한 기준을 유지하며 조금씩 완화해온 기조를 하루 아침에 허물기 부담스럽다는 관측도 나온다. 더욱이 해당 제도를 악용한 기업들의 ‘해외 사금고화’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 또한 과제로 남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장 전면 허용으로 가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면서도 “기준을 새로 정하고 현재 기준에 대해 재검토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보니 본격 논의를 시작하는 것 만으로도 유의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sk4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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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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