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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채 절반 쥔 외국인들, 떠나나…무디스 등급 강등 '촉각'

프랑스 장기국채 해외 보유 비중 58.4%
日 투자자 프랑스 국채 매도…獨 국채로 이동
23일 무디스 국가신용등급 심사…강등 가능성
해외 수요 위축 땐 차입비용·재정 부담 악순환

등록 2026-10-22 오후 11:57:02

수정 2026-10-22 오후 11:57:02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프랑스 재정위기의 새로운 뇌관으로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 가능성이 떠오른 가운데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심사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프랑스 국채의 절반 이상을 보유한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 유인이 약해지는 상황에서 신용등급까지 강등될 경우 국채 수요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일본계 자산운용사 한 곳은 프랑스 국채를 전량 매도하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독일 국채 등으로 자금을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자금 이탈이 본격화하면 국채 차입비용 상승과 재정 부담 확대가 맞물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동부 리옹에서 생활비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프랑스 국기를 몸에 두른 시위 참가자가 불이 난 리옹 관광안내소 앞에 서 있다. (사진=AFP)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동부 리옹에서 생활비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프랑스 국기를 몸에 두른 시위 참가자가 불이 난 리옹 관광안내소 앞에 서 있다. (사진=AFP)
프랑스 중앙은행이 지난 13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프랑스 일반정부 장기채의 비거주자 보유 비중은 58.4%로 지난해 말보다 3.8%포인트 상승했다. 프랑스가 국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해외 투자자에게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 국채의 해외 보유 비중(54.6%)은 미국(31%), 일본(13%)을 크게 웃돌았다.

시장의 시선은 오는 23일 예정된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프랑스 국가신용등급 심사에도 쏠리고 있다. 현재 무디스의 프랑스 신용등급은 Aa3로 등급 전망은 ‘부정적’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는 이미 프랑스에 무디스의 Aa3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에 해당하는 A+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무디스도 등급을 한 단계 낮춰 A1로 조정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강등되더라도 투자적격등급은 유지되지만, 해외 투자자들의 신뢰가 약화한 상황에서 국채 수요를 더욱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요 국제 신용평가사의 프랑스 국가신용등급 및 등급 전망 현황 (자료: 프랑스 국채관리청(AFT))
주요 국제 신용평가사의 프랑스 국가신용등급 및 등급 전망 현황 (자료: 프랑스 국채관리청(AFT))
그동안 프랑스 국채는 해외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투자처였다. 시장 규모가 크고 거래가 활발한 데다 독일 국채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면서도 유럽연합(EU) 2위 경제대국이라는 신뢰를 받았다. 국채금리가 오르면 더 높은 수익률을 노린 해외 자금이 유입되면서 시장을 떠받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프랑스의 재정적자 감축을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일본 등 다른 나라의 국채 수익률도 높아지면서 프랑스 국채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이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일본계 투자자는 실제로 프랑스 국채 매도에 나섰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지난 8일 일본계 스미토모미쓰이 펀드가 프랑스의 재정 악화를 이유로 프랑스 국채를 전량 매도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매각 자금은 주로 독일 국채와 일부 일본 국채로 재배분된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히 일본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유럽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는 의미다.

일본 투자자들의 프랑스 국채 매도는 최근에 시작된 현상만은 아니다. 미쓰비시UFJ금융그룹(MUFG)에 따르면 일본 투자자들은 2022년 이후 프랑스 장기채를 지속적으로 순매도해 왔다. 올해 7월까지 12개월간 순매도 규모는 1조2100억엔(약 10조2070억원)에 달했다.

일본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중요한 것은 프랑스 국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는 지난해 일본 투자자들이 프랑스 국채의 10~15%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했다. 일본의 초저금리 시기에 해외 채권으로 눈을 돌렸던 자금이 자국 금리 상승을 계기로 돌아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클라우스 비스테센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 유로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해외 투자자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프랑스의 큰 취약점으로 본다”며 일본의 국내 채권금리가 높아지면서 자금이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생명보험사들은 이미 2022년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상 이후 환헤지 비용이 높아지자 프랑스 국채 보유를 줄였다. 씨티그룹은 일본 금리 상승에 따라 앞으로도 점진적인 자금 본국 회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문제는 앞으로 프랑스가 조달해야 할 자금 규모다. 지난해 프랑스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5.1%에 달했다. 2030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는 1조달러를 넘고 내년 국채 발행 규모는 약 3800억달러(약 504조1080억원)로 사상 최대가 될 전망이다.

과거 금리가 0%에 가까웠을 때 발행한 국채를 훨씬 높은 금리로 차환해야 하는 상황에서 해외 투자자들의 매수까지 줄어들면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국채금리 상승이 재정 건전성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다시 국채금리를 밀어 올리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은행들이 해외 투자자들의 빈자리를 메울 여력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은행들이 국채 매입을 늘릴 경우 기업과 가계에 공급할 대출 여력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ECB 역시 2023년부터 양적긴축을 통해 보유 국채를 줄이고 있어 과거와 같은 대규모 매수 주체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콘스탄틴 바이트 핌코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프랑스 정치권이 신뢰할 만한 재정적자 감축 계획을 내놓지 않는 한 신중한 투자 태도를 바꾸기 어렵다고 밝혔다. 비스테센 이코노미스트는 재정적자를 GDP의 4% 수준까지 낮추면 위기를 관리할 수 있겠지만 5% 수준이 지속되면 시장의 압박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성주원 기자

sjw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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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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