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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18일 아기, 32시간 만에 구조…베네수엘라 '기적의 생환' 잇따라

무너진 라과이라 자택서 모자 구조…전 세계 '희망의 상징'
칠흑 속 갓난아기 지켜낸 엄마 "코 만지며 숨 확인했다"
골든타임 넘겨 21세 106시간·60세 86시간 만에 구조
24개국 2700여명 투입…"임계시간 넘어도 매일 기적"

등록 2026-06-30 오후 5:02:42

수정 2026-06-30 오후 5:02:42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무너진 콘크리트 더미에 깔린 생후 18일 아기가 32시간 만에 어머니 품에 안긴 채 살아서 구조됐다. 1700명 넘는 목숨을 앗아간 베네수엘라 강진의 잿더미 속에서, 골든타임을 넘긴 ‘기적의 생환’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이는 인명 피해가 계속 늘어나는 와중에도 실종된 가족을 찾아 헤매는 이들에게 희망의 불씨가 되고 있다.

미국 페어팩스카운티 구조팀이 베네수엘라 라과이라에서 9개월 아기를 잔해 속에서 구조하고 있다. (사진=CNN방송 캡처)
미국 페어팩스카운티 구조팀이 베네수엘라 라과이라에서 9개월 아기를 잔해 속에서 구조하고 있다. (사진=CNN방송 캡처)
29일(현지시간) CNN방송, BBC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늦게 라과이라주에서 12세 소년이 잔해 더미에서 살아서 구조됐다. 에콰도르 구조대가 투입됐고, 키토 소방서가 공개한 영상에는 구조대원들이 소년을 들것에 실어 옮기는 장면이 담겼다.

현재 베네수엘라는 지난 24일 북부 해안을 강타한 규모 7.2와 7.5의 연쇄 지진으로 사상 최악의 재난 상태에 놓였다. 수도 카라카스와 인근 항구도시 라과이라 등에서 건물이 무더기로 무너졌고, 지금까지 1719명이 숨지고 5034명이 다쳤다.

이미 골든타임을 넘긴 데다 실종자 수가 여전히 수만명에 이르지만, 기적적인 생환 소식도 끊이지 않고 있다.

생후 18일 된 아기 후안 다비드와 어머니 다야나 파티뇨는 라과이라의 자택이 무너지면서 32시간 동안 잔해에 갇혔다. 어머니는 한쪽 다리가 콘크리트에 짓눌리고 머리는 바위에 눌린 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갓난아기를 지켜냈다. 파티뇨는 수도의 한 병원에서 BBC에 “아들은 내가 깨어 정신을 잃지 않게 하는 이유였다”며 “그가 살아있는 한 나도 살아있을 것이었다. 가끔 아들의 코를 만져 여전히 숨을 쉬는지 확인했다”고 말했다.

파티뇨는 처음엔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지만 아무도 듣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는 기력을 최대한 아끼며, 가까이서 목소리나 발소리가 들릴 때만 소리쳤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몸 아래 깔린 성경책이 버팀목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빠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자 “여기 있어요!”라고 외쳤고, 오빠는 “찾았어. 너를 꺼낼 때까지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라고 답했다. 구조 영상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아기 후안 다비드는 베네수엘라의 ‘희망의 상징’이 됐다.

다른 생환 사례도 잇따랐다. 21세 아론 레비 칸티요는 라과이라주 카라발레다에서 무려 106시간 만에 구조됐다. 베네수엘라·멕시코·엘살바도르 구조대가 43시간에 걸쳐 벌인 합동 작전 끝이었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사망자의 시신이 구조대와 생존자 사이를 가로막고 있어 작업이 특히 까다로웠다고 전했다.

60세 여성 벨키스 바레토는 86시간 만에 구조됐고, 지난 27일엔 9개월 된 아기가 어머니와 함께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카운티 구조팀과 현지 소방관의 손에 무너진 건물에서 빠져나왔다. 두 사람 모두 경상에 그쳤다. 15세 소녀가 반려견과 함께 잔해에서 구조된 사례도 있었다.

세계 곳곳에서 온정의 손길도 베네수엘라를 향해 모여들고 있다. 현지 정부에 따르면 24개국에서 2700여명의 구조대원이 수색견·중장비와 함께 투입됐고, 미국도 300명 넘는 인력을 현지에 보냈다. 멕시코·엘살바도르·스페인·터키 등의 구조대도 베네수엘라 팀과 함께 잔해를 뒤졌다.

잔루카 람폴라 델 틴다로 유엔 베네수엘라 상주조정관은 “72시간이라는 임계 시간을 넘겼지만 이는 이 나라의 기적 중 하나”라며 “어제 하루에만 7명이 잔해에서 구조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외신들은 시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지금도 맨손으로 잔해를 파헤치며, 닫혀가는 생존의 문틈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끌어내고 있다고 전했다.

방성훈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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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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