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인공지능(AI) 산업의 성장 기대를 바탕으로 빠르게 몸집을 키운 미국 데이터센터 시장이 고금리와 채권시장 불안에 부딪혔다. AI 개발사와 빅테크가 수조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지만 실제 시설을 짓는 신생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필요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투자금이 AI 서비스 수익으로 돌아오기 전에 자금줄이 막히면 과거 철도나 인터넷 투자 붐 당시와 유사한 과잉 투자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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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투기등급 회사채의 평균 수익률은 최근 8.41%로 올라 1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이 신용도가 낮은 기업에 돈을 빌려줄 때 더 높은 이자를 요구한다는 뜻이다. 시장의 위험 회피가 강해지면서 코어위브와 트랙트 캐피털 매니지먼트, 프라임 데이터센터스, 사이퍼 디지털 등이 데이터센터 사업을 위해 발행한 채권 가격도 최근 발행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형 빅테크와 신생 업체의 자금 사정은 다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같은 대기업은 자체 현금으로 투자를 이어갈 여력이 있지만 ‘네오클라우드’로 불리는 신생 AI 인프라 업체들은 채권 발행이나 투자 유치에 크게 기대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이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추가 자금을 구하기도 어려워진다.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의 알리 벤다르카위 하이일드 채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고금리 장기화가 한계 차입자에게 부과하는 세금과 같다”며 “AI 투자에서는 우량 빅테크보다 자금력이 약한 업체가 먼저 압박을 받는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역사회의 반발과 전력망 연결 문제까지 더해지며 올해 미국 내 최소 47개의 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철회하는 등 물리적 인프라 확장에도 제동이 걸린 상태다. 공사가 늦어지면 데이터센터를 빌리기로 한 빅테크와 AI 개발사가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사업자는 매출을 얻기 전에 공사비와 이자를 계속 부담해야 한다.
기업공개(IPO)도 잇따라 미뤄지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과반 지분을 보유한 SB에너지는 상장 계획을 연기했고 엔비디아가 지원하는 호주 데이터센터 업체 퍼머스 그리드는 IPO를 취소했다. 아직 데이터센터를 완공하지 못한 SB에너지는 주로 오픈AI와 맺은 미래 매출 계약을 이행하려면 1740억달러(약 231조51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계약상 예상 매출이 크더라도 시설을 짓고 운영할 자금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면 계획을 실행하기 어렵다.
투자 우려는 자금조달을 넘어 AI 사업의 수익성으로 번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제임스 맥킨토시 칼럼니스트는 “AI 관련 기업의 주가와 이익이 모두 올랐지만 예상 이익이 주가보다 빠르게 증가하면서 앞으로 12개월 예상 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오히려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투자 규모는 과거 인프라 붐과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미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의 스테인 판 니우베르뷔르흐 교수는 브루킹스연구소 논문에서 2025~2032년 미국 AI 인프라 지출이 10조달러(약 1경4000조원)를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연평균 3.63%에 해당하는 규모로, 19세기 철도 투자 붐 정점의 약 1.5배, 인터넷 붐의 3배를 웃돈다.
문제는 투자 위험을 파악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합작법인이나 사모대출, 특수목적법인을 통한 자금조달이 늘면 기업 재무제표만으로 실제 부채와 손실 위험을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 판 니우베르뷔르흐 교수는 “최근의 AI 인프라 투자가 합작법인(JV), 사모대출, 특수목적법인(SPV) 등 복잡한 구조를 통해 이뤄지고 있어 재무제표상에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숨은 차입 위험을 파악하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며 “관련 위험을 측정하고 투자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임스 맥킨토시 칼럼니스트는 역사적 사례를 통해 “대규모 인프라 투자는 결과적으로 사회 전반에 큰 혜택을 안겨주었으나 그 이익이 발생하기까지 예상보다 긴 시간이 소요되면서 정작 초기 투자자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수익으로 돌아갔다”며 “막대한 차입으로 구축하고 있는 AI 인프라 산업 역시 초기 자본 투입을 넘어선 확실한 수익 모델을 증명해야 하고 시장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철도나 닷컴버블 때와는 다른 재무적 성과를 입증해야 할 시점이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