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국민연금이 외환안정 협의체에 참여한다는 정부 발표가 나왔지만 원·달러 환율은 1470원대에서 요지부동이다. 과거처럼 정부의 개입만으로 환율을 빠르게 낮추기 어려운 구조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어, 국민연금 등판으로 시장 흐름을 반전시키기엔 한계가 뚜렷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5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477.1원) 대비 4.7원 내린 1472.4원에서 마감했다. 전날 정규장 마감 이후 외환당국과 국민연금 등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4자 협의체 가동 소식이 전해졌지만 야간장에서 환율은 1479.4원까지 올랐고, 이날도 여전히 1470원대에서 머무는 모습이다.
올해 4월 비상계엄과 관세 압박에 환율은 1487.6원까지 뛰었다가 5월이 되자 1370원대까지 떨어졌다. 이 시기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가 주요한 환율 하락 요인이었다. 당시에는 달러 약세, 대만 보험사의 원화 매입, 글로벌 위험선호 회복 등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원화 강세가 가속됐지만, 지금은 해당 요인이 모두 사라졌다.
시장의 달러 수요가 국민연금의 힘을 압도하고 있다는 점도 환율 하락을 제약한다. 올해 8월 기준 국내 해외주식 투자 총 잔액 중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41% 수준으로, 나머지는 서학개미로 일컬어지는 개인과 기업, 기관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국민연금이 일부 물량을 내놓아도 전체 흐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미다.
국민연금의 매도 물량 자체가 점진적 집행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특성도 시장이 반응하지 않는 배경으로 손꼽힌다. 연기금 특성상 단기간에 대규모 물량을 쏟아낼 수 없고, 장기 전략에 맞춘 비중 조정 방식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언급’만으로는 시장을 움직이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환율 하락 안정에 대한 국민연금의 구체적인 방안이나 실제 액션(달러 매도)이 나와야 시장이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위재현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국민연금의 환헤지 비중을 15%보다 더 높이거나, 발동 조건을 1430원대까지 낮추는 등 보다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율 1480원 등의 레벨에서 환헤지가 실제로 발동할지 더 지켜봐야 하지만, 5월처럼 환율이 드라마틱 하게 빠질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 환헤지 규모가 커진다고 하면 단기적으로 환율 하락에 영향을 줄 수는 있겠지만, 추세적인 흐름을 바꾸는 건 한계가 있다”며 “수급 구조가 국민연금 하나만으로 되는 건 아니다. 대외 여건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