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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 공습 보류 뒤엔…이슬람 4개국 물밑 외교

이집트·튀르키예·사우디·파키스탄 외무장관 19일 회동
이슬람혁명수비대와 접촉해 5일간 교전 중단 제안
트럼프, 리야드 협상 소식 듣고 공격 보류로 입장 바꿔
파키스탄서 곧 미·이란 대면 회담 가능성
이란 측 대표로 갈리바프 국회의장 부상

등록 2026-03-24 오후 5:17:15

수정 2026-03-24 오후 5:55:18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발전소 타격을 유예한 배경에는 이슬람 국가들을 통한 비공개 물밑 협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19일 새벽 이집트·튀르키예·사우디아라비아·파키스탄 외무장관들이 사우디 리야드에 모여 이란 전쟁의 외교적 출구를 모색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이집트·튀르키예·사우디아라비아·파키스탄 외무장관들이 19일(현지시간) 사우디 리야드에서 회동했다. (사진=사우디 외교부)
협의에 참여한 아랍권 당국자들에 따르면 가장 큰 난관은 이란 측 협상 대표를 찾는 일이었다고 한다. 이스라엘이 이란 국가안보 책임자 알리 라리자니를 제거하면서, 서방과 대화가 가능한 인물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집트 정보당국이 이란 정권을 수호하는 핵심 권력기관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접촉 채널을 열고, 휴전 신뢰 구축을 위해 5일간 교전을 중단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논의 진전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급선회를 촉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분석했다. 자신의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 머물던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이란을 향해 “48시간 내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지 않으면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냈으나, 이틀 뒤 리야드 협상 소식을 전달 받고 입장을 바꿔 외교적 해법을 수용하고 군사공격을 보류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쟁 장기화에 따른 정치·경제적 부담이 작용하던 와중에 외교적 합의를 통해 출구를 찾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중재국들은 미국 ·이란 간 입장 차가 여전히 커 단기간 내 합의 도출 가능성에는 회의적인 입장이라고 WSJ은 전했다. 이란은 전쟁 종식을 위한 조건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추가 공격 중단 보장과 전쟁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전쟁 이전부터 요구해온 핵 프로그램 폐기, 탄도미사일 개발 중단, 대리세력 지원 중단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최근 외교 움직임은 이번 주 후반 파키스탄이나 터키에서 미국과 이란 관리들 간의 대면 회동에 대한 초기 논의로 이어졌다. 관계자들은 아직 회동 일정이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카타르·오만·프랑스·영국 등도 비공식 채널을 통해 중재에 나섰으며, 논의된 제안 중 하나로 파키스탄이 이란 고위 지도자 간 회담을 주최하는 방안이 나왔고 미국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면 회담에는 미국 측에서는 스티브 위트코프 대통령 특사와 재러드 쿠슈너 등이 참석할 수 있으며, 합의가 임박할 경우 JD 밴스 부통령의 참여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란에서는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참석 후보로 거론되지만, 지난 2월 협상 중 미국의 공격을 경험한 탓에 적극적이지 않은 분위기다. 이란 정부는 미국과 협상 진행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은 “이란 국민은 침략자에 대한 완전한 응징을 요구한다”며 “미국과의 협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전소 공격 보류 발표에 대해서 “금융 및 원유 시장을 조작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향후 협상이 성사될 경우, 미국의 군사적 성과를 넘어 실질적 외교 성과를 입증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현재 이란 정권은 타격을 입었지만 여전히 건재하며,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과 핵물질 접근 능력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이번 협상은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최고지도자로 공식 부상한 가운데, 보다 강경한 이란 체제와의 협상이라는 점에서도 난도가 높다는 평가다.

갈리바프 의장은 현 단계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IRGC 사령관 출신으로 강경파로 분류되지만, 테헤란 시장으로 재임했던 시절을 포함해 때로는 실용주의자로서의 입장을 취해 온 바 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CEIP)의 니콜 그라예프스키 연구원은 “갈리바프 의장이 이란의 정치 지도부와 강경파를 설득해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고위 관료 중 한 명”이라고 평가했다.

임유경 기자

yklim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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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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