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올해 말로 예정된 예금보험료율 최종 결정을 앞두고 예금보험공사(예보)와 각 업권 간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예보가 의뢰한 연구용역안을 적용할 경우 순이익의 최대 35%에 이르는 추가 부담을 지게 되는 생명·손해보험과 저축은행이 반발하고 있어,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태스크포스(TF)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되,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내년 초까지 시한을 연장하는 방안도 열어놓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당국과 예보, 민간 전문가, 업권별 협회, 연구용역진 등이 참여하는 TF를 구성하고 예금보험기금 목표규모와 예보료율 개편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예금보호한도가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높아진 데다 목표기금제 도입 후 지난 17년간 금융환경 변화까지 반영해 필요한 기금 규모와 요율을 다시 산정하는 것이다. 내년 시행령 개정을 거쳐 2028년 납부 예보료부터 적용하는 일정이다.
이를 위해 올해 연말까지 업권별 최종 예보료율을 결정할 계획이지만, 인상 폭을 놓고 예보와 각 업권 간 견해 차이가 커 논의가 순조롭지 않은 상황이다. 예보가 한국금융학회에 의뢰한 연구용역에서 도출된 인상안을 적용할 경우 추가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보험과 저축은행 업권에서 반발이 나오고 있다.
연구용역 보고서에는 생명보험 업권의 예보료율을 현행 0.15%에서 0.40%로, 손해보험은 0.15%에서 0.50%로 높이는 방안이 담겼다. 저축은행은 0.40%에서 0.54%로 인상하는 안이 제시됐다. 현행 대비 인상률은 생보 2.67배, 손보 3.33배, 저축은행 1.35배 수준이다.
금융사들은 연구용역의 인상안이 금융사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연구용역안을 적용할 경우 추가로 부담해야 할 예보료는 생명보험 업권이 9271억원, 손해보험 업권이 5726억원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순이익의 각각 18.7%, 7.9%에 해당한다. 저축은행은 지난해 순이익의 35.1%인 약 1464억원을 추가 부담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금융사들은 어떤 근거로 인상안이 산출됐는지를 따지고 있다. 금융위가 지난 2023년 진행한 예금보호한도 상향에 따른 예보료율 연구에서 제시한 인상안과 비교해도 증가율의 차이가 큰 만큼 어떤 가정과 데이터가 인상 폭을 키웠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당시 연구에선 생보의 예보료율 증가율을 13.8%, 손보 2.6%, 저축은행 0%로 추정했다.
예보는 모형의 기본 구조와 가정, 계산 방식 등을 공유했다는 입장이다. 예보 관계자는 “연구용역안은 금융회사 부실 시 예상되는 자금 투입액과 회수액 등을 토대로 기금의 순손실을 추정하고, 목표기금 적립에 필요한 요율을 산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요율 산출에 사용한 계량모형의 기본 구조, 가정, 계산 방식 등은 업권에 이미 공유했다”고 덧붙였다.
예보료율 협상의 핵심은 결국 기금의 안정적인 운영과 금융사들이 감당 가능한 수준 사이에서 인상률을 찾는 데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예보료는 납부 규모 자체가 큰데 요율이 한 번에 2~3배씩 오르면 순이익에 주는 타격이 너무 커서 금융사들이 감당할 수 없다”며 “합리적인 수준에서 요율이 정해지도록 적극적으로 협의하고 건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호한도 확대와 IFRS17 도입 이후 자산·부채 변동성이 커진 점은 목표기금 규모 산정 시 인상 요인으로 반영할 수 있지만, 그동안 건전성 규제 강화에 따른 각 업권의 부실 위험 감소 효과도 함께 고려해 목표기금 규모와 예보료율을 합리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당국은 연말 최종 확정을 목표로 협의하되, 일정에 쫓겨 결론을 내리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내년 중 예금자보호법 시행령 개정 등 절차를 마치면 2028년 적용이 가능한 만큼, 합리적인 추가 조정 요구가 있으면 논의 시간을 더 주겠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사고 발생 시 안정적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충분한 기금을 적립해야 하지만, 업권이 인상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며 “민관 합동 TF에서 연구용역 결과와 업권 의견을 함께 검토하며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