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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에 또 고친 토허제…예외 늘려도 효과는 ‘글쎄’

5월 이어 넉 달 만 재보완…갱신계약 1회도 인정
세입자 퇴거 줄이고 ‘세 낀 매물’ 거래 문턱 낮춰
8월 유예 신청 4.5% 그쳐…“거래 증가 제한적”
최대 3년 3개월 입주 미뤄…실거주 원칙과 충돌

등록 2026-09-17 오후 3:02:06

수정 2026-09-18 오전 9:00:08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의 실거주 의무를 넉 달 만에 다시 손본다. 세입자가 있는 주택의 거래를 허용한 데 이어 이번에는 계약갱신 기간까지 실거주를 유예한다. 토허제 시행 이후 줄어든 임대 물량과 ‘세 낀 매물’의 거래 경색을 완화하려는 조치다.

다만 지난 5월 도입한 실거주 유예의 활용도가 낮았던 만큼 이번 조치 역시 거래 활성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거주를 전제로 한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에 예외가 거듭 추가되면서 제도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울 강남구 한 공인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공지돼 있다.(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서울 강남구 한 공인중개업소에 매물 정보가 공지돼 있다.(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토허구역 내 임대 중인 주택의 실거주 유예 신청기한은 올해 말에서 내년 말까지 1년 연장된다. 오는 10월 1일부터는 기존 임대차 잔여기간뿐 아니라 계약갱신 1회(최대 2년)까지 유예를 인정한다. 이에 따라 매수자는 최대 3년 3개월간 입주를 미룰 수 있다. 매수자는 지난 5월 12일부터 계속 무주택자여야 하며 입주 후 2년 실거주 의무도 유지된다.

지난 5월 이후 이미 실거주 유예를 적용받아 거래한 주택도 10월 1일 현재 세입자가 거주하고 있다면 이번 조치를 적용받을 수 있다. 한정희 국토부 토지정책과장은 “이미 주택을 취득한 새 집주인도 기존 세입자의 갱신을 인정하고 갱신기간이 끝난 뒤 입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로 매수자는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을 인정하면서 자신의 실거주 시점을 늦출 수 있게 됐다. 세입자의 거주기간을 보장하는 동시에 임차인이 있는 주택의 거래 문턱을 낮춘 셈이다.

단, 실제 거래 활성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앞선 실거주 유예 조치가 실제 거래로 이어진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토지거래허가 신규 신청 3012건 가운데 실거주 유예 신청은 135건으로 4.5%에 그쳤다. 7월 207건에서 한 달 새 34.8% 감소한 수치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번 조치는 전세 물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대책으로 보기보다는 매매와 임대차 간 충돌을 완화하는 제도 보완책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분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세입자가 있는 집은 잔여 임차기간이 길수록 매매가 쉽지 않다”며 “유예기간을 연장해주는 것이 당장의 거래량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이번 조치가 토허제의 핵심인 실거주 원칙을 느슨하게 만든다는 비판도 있다. 토허제는 실거주 목적의 주택 취득만 허용해 갭투자(전세 낀 매매)를 차단하는 제도다. 정부는 유예기간이 끝난 뒤 2년간 직접 거주해야 하는 만큼 투자 목적의 갭투자와는 다르다는 입장이지만, 세입자를 둔 채 주택을 취득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면서 실거주 원칙과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결과적으로 매수자가 전세를 끼고 집을 산 뒤 나중에 들어가 사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실거주를 전제로 토지거래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의 취지가 무엇인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토허제를 유지한 채 실거주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부작용을 보완하다 보니 정책의 스텝이 계속 꼬이고 있다”며 “전월세 불안과 임대물량 감소 문제를 예외 확대로 풀기보다 꼭 필요한 지역을 제외하고 토허구역 자체를 해제하는 등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은경 기자

abcd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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