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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한 장부, 이재명은 세 장 보고서

등록 2026-08-18 오후 4:08:59

수정 2026-08-18 오후 8:05:08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식은 새롭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부터 통상과 안보를 따로 떼어 보지 않았다. 관세와 투자, 주한미군과 방위비, 연합훈련을 필요에 따라 한 장부에 올려놓고 지렛대로 활용했다.

최근 한미 관계에서도 같은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미국은 한국이 약속한 3500억달러 대미 투자 이행이 늦다고 불만을 키우고 있다. 한국은 이중 2000억달러 전략투자의 1호 프로젝트도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을 대폭 줄이라고 지시했고, 한국이 이란전 지원 요청에 적극 응하지 않은 데 대한 불만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연합훈련 축소 결정 배경에 한국의 투자 지연에 대한 미 행정부의 불만도 깔려 있다고 전했다. 한미 협상 상황에 정통한 관계자는 한국 측을 “역대 가장 느린 협상가들”이라고 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한국이 세부 조건을 완벽하게 맞춘 뒤 투자 계획을 발표하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그런 식으로 일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국에도 이유는 있다. 2000억달러는 정치적 이벤트를 위해 쓸 돈이 아니다. ‘상업적 합리성’을 충족해야 하고 원리금 회수 가능성도 따져야 한다. 손실이 예상되는 사업을 미국의 정치 일정에 맞춰 서둘러 결정할 수도 없다.

다만 상대가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지는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이미 6개 투자 프로젝트를 확정했다. 한국은 아직 첫 사업도 내놓지 못했다. 미국 눈에는 관세를 25%에서 15%로 먼저 낮춰줬는데 한국은 여전히 조건을 따지고 있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완벽하게 정리된 협상문서보다 먼저 눈에 보이는 성과를 요구한다. 한 분야에서 쌓인 불만을 다른 분야의 지렛대로 쓰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한국이 옳고 미국이 그르다는 문제만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이유다.

9월 이 대통령의 방미까지 시간이 많지 않다. 미국 요구를 모두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다만 지킬 것은 지키되, 줄 수 있는 것은 더 빠르게 제시하는 협상법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장부를 들고 나오는데, 이재명 대통령이 세 장의 보고서만 들여다보고 있어서는 안 된다.

[기자수첩]트럼프는 한 장부, 이재명은 세 장 보고서


김상윤 기자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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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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