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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티 위협에 사우디 원유 수출 ‘깜깜이’…유조선 추적신호 끈다

홍해 얀부 최근 선적 전부 AIS 끈 채 운항
조사업체별 수출 추정치 최대 두 배 이상 차이
수에즈·SUMED 북상 확대…시디케리르 선적 사상 최대

등록 2026-08-13 오전 10:05:11

수정 2026-08-13 오전 10:05:11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 위협이 커지면서 사우디아라비아의 홍해 원유 수출 흐름을 파악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유조선들이 공격을 피하기 위해 자동식별시스템(AIS)을 끄고 운항하는 이른바 ‘다크 보이지(dark voyage)’를 늘린 탓이다. 최근 사우디 서부 얀부에서 원유를 실은 선박은 모두 AIS 신호를 끈 채 운항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동부 코르파칸 앞바다에서 선박들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을 항해하고 있다. (사진=AFP)
지난 13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동부 코르파칸 앞바다에서 선박들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을 항해하고 있다. (사진=AFP)
12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선박 추적업체들은 최근 얀부에서 원유를 선적한 유조선들이 공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AIS 신호를 끄는 사례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후티가 지난달 20일 사우디를 상대로 해상 봉쇄를 선언한 뒤 사우디 관련 유조선과 얀부 석유시설, 최근에는 홍해 연안 자잔 정유시설까지 공격했다고 주장하면서 선박들이 운항 경로를 감추고 있다는 것이다.

AIS는 선박의 위치와 항로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유조선들이 이를 끄면 시장 참가자가 실제 원유 선적량과 운송 경로를 추적하기 어려워진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원유 트레이더들이 글로벌 공급 상황을 판단할 때 선박 추적 자료를 활용하는 만큼 통계 불확실성도 커질 수 있다.

실제 조사업체별 사우디 원유 수출 추정치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8월3일 시작된 주간 기준 데이터 분석업체 보르텍사는 얀부 원유 선적량이 하루 238만배럴로 전주 271만배럴보다 줄었다고 추산했다. 케이플러는 같은 기간 하루 404만배럴에서 178만배럴로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집계했다.

반면 AXS마린은 얀부 선적량이 하루 약 42만배럴에서 85만배럴로 오히려 증가했다고 추산했다. 동일한 기간과 항구를 두고 수치가 정반대 방향으로 나온 셈이다. 유조선들이 AIS를 끄면서 각 업체가 위성 자료와 선박의 추후 위치 등을 활용해 빈 구간을 추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우디 아람코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조지 모리스 보르텍사 애널리스트는 “지난주 얀부 선적은 모두 AIS를 끈 상태에서 이뤄졌다”며 “현재 AIS를 켠 채 원유를 싣는 사례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케이플러의 느웨 킨 소 애널리스트도 최근 몇 주 동안 사우디 서부 해안에서 이뤄진 원유 선적의 약 70%가 AIS 신호 없이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3일 이후 얀부에서 원유를 실은 모든 선박은 운항 과정에서 AIS 신호가 연속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홍해 남단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선박 통항량도 감소했다. 케이플러에 따르면 지난주 이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하루 평균 32척으로, 후티가 최근 봉쇄를 선언하기 전 하루 약 50척보다 줄었다. 이 항로는 지난 2년간 후티의 산발적인 상선 공격으로 이미 운항에 차질을 빚어왔다.

사우디는 이에 대응해 원유를 홍해 북쪽으로 보내는 운송을 늘리고 있다. 선박 추적 자료에 따르면 사우디산 원유는 수에즈운하를 통과하거나 이집트의 SUMED 송유관을 거쳐 지중해로 이동하는 물량이 증가했다. SUMED 송유관은 홍해의 아인소크나와 지중해 연안 시디케리르를 연결한다.

보르텍사에 따르면 지난주 시디케리르의 원유·콘덴세이트 선적량은 하루 평균 217만배럴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주보다 약 50% 늘었으며 전체 물량의 약 90%가 사우디산 원유였다. 홍해 남쪽으로 내려가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하기보다 북쪽 항로를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커진 것이다.

운항 전략이 달라지면서 전쟁위험 보험료도 최근 크게 올랐다. 주요 유조선사 DHT도 기존에는 사우디 원유를 실은 뒤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해 홍해를 빠져나왔지만 최근에는 항로를 북쪽으로 돌리고 있다.
스베인 목스네스 하르펠드 DHT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실적 발표에서 “최근 들어 바브엘만데브를 통한 운항이 다소 더 어려워졌다”며 “우리 회사뿐 아니라 대부분의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이 북쪽 또는 북서쪽으로 향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다만 현재로서는 후티의 위협이 사우디 원유 수출 물량 자체를 얼마나 줄였는지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AIS를 끄는 선박이 늘어 실제 선적량을 정확히 집계하기 어려운 데다 선박 추적업체별 추정치도 크게 엇갈리고 있어서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영향은 수출 감소 여부보다 사우디 원유 흐름의 가시성이 크게 떨어지고 운송 경로와 보험 비용이 바뀌고 있다는 데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신수정 기자

sj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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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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