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민주 기자] 달러당 1300원대에 진입한 원·달러환율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책은행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국책은행 특성상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높은데, 중소기업은 비교적 환율 변동성에 취약해 원리금 상환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예상이다. 특히 최근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도 증가하는 추세여서 보다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 |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IBK기업은행,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본사 전경.(사진=각 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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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월별 평균 원·달러환율은 6월 1527.30원에서 7월 1497.43원, 8월 1406.30원으로 고환율을 유지하다 2025년 9월 이후 1년 만에 1300원대에 진입했다. 지난 9월 평균으로 1359원, 이달(1~12일)에는 1347.17원까지 낮아졌다. 이날은 달러당 1343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올해 월평균 고점 대비 200원 가까이 떨어진 원·달러환율은 연말까지 추가 하락이 점쳐지고 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열린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환율은 아직 예년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앞으로 추가 강세로 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상승과 하락으로 전망이 엇갈린 가운데 한국은행 총재가 하락에 무게를 실은 셈이다.
환율이 하락하면 국내 물가가 안정되고 외국인 투자 자금이 들어올 유인이 커진다. 대신 수출 기업에는 악영향을 미친다. 통상 고환율일 때보다 매출과 이익이 줄고, 현금 유동성도 떨어지게 된다. 외부 영향에 비교적 취약한 중소기업일수록 환율 하락으로 인한 타격은 더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 분석이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큰 국책은행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1%에 육박한 상태로, 연체율이 0.27%에 불과했던 2022년에 비하면 3배 이상 커진 상태다. 국내 은행 중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가장 높은 IBK기업은행은 올해 상반기 업계 최고 수준인 0.98%의 기업대출 연체율을 기록해 환율에 따른 민감도가 상당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산업별로 보면 올해 상반기 기업은행의 도소매업 연체율은 1.11%, 부동산업 및 임대업 연체율은 1.54%로 각각 16년, 14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도 환율 하락에 따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정책성 자금을 집행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익이 나긴 할테지만 이익 규모는 전분기 대비 감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한계기업으로 나간 대출은 즉각 타격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계기업은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상태가 3년간 이어진 곳들이다. 이 중 수출 중소기업은 환율 하락으로 인한 이익 감소가 더 가속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한계기업 비중은 19.1%로 1년 전보다 2%포인트 늘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반도체 업종을 제외하면 중소기업은 전반적으로 침체한 상태”라면서 “단기간에 환율이 200원 정도 내려왔는데 급격한 변동성을 한계기업이 버텨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책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이 90일 이상 연체 상황인 고정이하여신으로 넘어가는 비중을 최소화하는 등 대출을 보다 면밀히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환율이 하락한다고 해서 무조건 연체율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나, 고물가·고유가 등의 상황을 고려하면 환율이 은행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적진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