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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크셔, 에이블 체제 첫 성적표…현금 586조원 쌓고 '몸사리기'

주식 14분기 연속 순매도…“기회 올 때까지 기다린다”
보험이익 29% 증가…실적 견인했지만 가이코는 부진
철도 회복·주택경기 둔화…미 경제 ‘부분적 약화’ 신호
자사주 매입 재개…버핏 이후 전략, 아직은 ‘연속성’

등록 2026-05-02 오후 11:57:52

수정 2026-05-02 오후 11:57:52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버크셔 해서웨이가 최고경영자(CEO) 교체 이후 첫 분기에서 현금을 대거 쌓으며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공격적 투자보다는 ‘현금 확보’를 우선시하는 전통적 전략을 유지한 것이다.

뉴욕증권거래소 1층 트레이딩 플로어에 버크셔 해서웨이 주가가 보이고 있다. (사진=AFP)
버크셔는 2일(현지시간) 발표한 1분기 실적에서 현금 및 단기 국채 보유액이 3970억달러(약 586조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크게 늘어난 수준으로, 주식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한 결과다.

실제 버크셔는 이번 분기에도 주식 매도를 이어갔다. 약 240억달러어치를 팔고 159억달러를 사들이며 순매도 기조를 유지했다. 이로써 순매도는 14개 분기 연속 이어졌다.

이는 단순한 포트폴리오 조정을 넘어, 시장 상황에 대한 버크셔의 보수적 시각을 반영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리, 지정학 리스크, 밸류에이션 부담 등이 겹치면서 뚜렷한 투자 기회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대신 향후 대형 인수합병(M&A)이나 저가 매수 기회를 대비해 ‘실탄’을 비축하는 전략이다.

이번 실적은 ‘투자의 전설’ 워런 버핏의 뒤를 이어 CEO에 오른 그레그 에이블 체제의 첫 성적표다. 에이블은 이날 네브래스카 오마하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CEO로서 첫 공식 무대에 섰다. 수만 명의 주주가 모이는 이 행사는 버크셔의 상징적인 이벤트다.

시장의 관심은 ‘에이블이 얼마나 다른 길을 갈 것인가’에 쏠렸지만, 현재까지는 기존 전략의 연장선에 가깝다는 평가다.

현재까지는 버핏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은 보수적 접근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약 4000억달러에 달하는 현금은 언젠가 투자로 이어져야 한다.

대형 인수합병이든, 공격적인 지분 투자든, 그 첫 선택이 ‘에이블 시대’의 방향성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현금을 쌓으며 기다리는 국면이지만, 다음 단계에서는 보다 분명한 색깔이 드러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다만 변화의 신호도 있다. 버크셔는 약 22개월 만에 자사주 매입을 재개했다. 1분기 자사주 매입 규모는 약 2억3400만달러로, 에이블 체제에서 처음 이뤄진 매입이다. 이는 주가가 내재가치보다 낮다는 판단을 반영한 조치로 해석된다.

보험이익이 실적 견인…하지만 ‘온도차’ 뚜렷

이번 분기 실적을 끌어올린 핵심은 보험 사업이다. 버크셔의 보험 부문 언더라이팅(보험 인수) 이익은 17억달러로 전년 대비 약 29% 증가했다. 재보험 부문이 실적을 견인하며 전체 수익성을 개선했다.

이는 지난해 대형 자연재해로 타격을 입었던 기저효과와 함께 보험료 인상, 손해율 개선 등이 반영된 결과다. 버크셔는 보험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하는 구조를 갖고 있어, 해당 부문 회복은 전체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사업별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자동차보험 자회사인 가이코는 오히려 실적이 악화됐다.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한 마케팅 비용 증가와 보험금 지급 확대가 겹치며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

이는 경쟁사들이 수익성을 개선한 흐름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버크셔 내부에서도 ‘가이코 정상화’가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철도는 회복, 주택은 둔화…미 경제 ‘균열 신호’

비보험 부문에서는 철도 자회사 BNSF의 회복이 눈에 띄었다. 물동량 증가에 힘입어 이익이 증가하며 전체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반면 주택 건설 및 건자재 관련 사업에서는 수요 둔화가 나타났다. 버크셔는 이를 “전반적인 경제 상황에 따른 고객 수요 감소”로 설명했다.

이는 현재 미국 경제가 전체적으로는 견조하지만 일부 영역에서는 약화되는 국면에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소비와 산업 활동은 유지되고 있지만, 금리 부담이 큰 주택 등 일부 분야에서는 둔화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버크셔는 보험, 철도, 에너지, 제조 등 거의 모든 산업에 걸쳐 사업을 보유하고 있어 ‘미국 경제의 축소판’으로 불린다. 이런 점에서 이번 실적은 거시경제 흐름을 읽는 중요한 단서로 받아들여진다.

투자 축소·현금 확대…‘기다림의 전략’

버크셔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투자 포트폴리오를 줄여왔다. 이번 분기에도 금융, 소비재 등 일부 업종 주식을 매도하며 비중을 축소했다.

또 주요 투자처인 크래프트 하인즈에 대해서는 추가 손실을 이번에는 반영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평가가치가 장부가보다 낮은 상태다. 향후 손상차손 가능성은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기존 투자 자산에서 기대 수익이 제한되는 가운데, 버크셔는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기보다 현금을 쌓으며 기다리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순이익은 101억달러로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고, 실제 사업 성과를 반영하는 영업이익은 113억달러로 약 18% 늘었다.

김상윤 기자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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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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