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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탕물 마시며 9일 생존…네팔 홍수 극적 구조기

수력발전소 터널 갇혔다 구조된 2명
산소 남아 있던 공기층서 버티다 구조
진흙에 매몰된 터널 접근에만 엿새 걸려
"여기 있어요" 희미한 목소리에 발견

등록 2026-09-08 오후 2:19:53

수정 2026-09-08 오후 2:19:53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네팔·티베트 접경 지역에서 지난달 발생한 대규모 돌발 홍수로 수력발전소 내 터널에 고립됐다 9일만에 구조된 생존자 2명이 터널 내에서 흙탕물을 마시며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
4일 네팔 육군이 트리슐리 3A 수력발전소 터널에서 구조한 생존자. (사진=AFP)
4일 네팔 육군이 트리슐리 3A 수력발전소 터널에서 구조한 생존자. (사진=AFP)
로이터통신은 8일(현지시간) 구조 관계자와 가족, 엔지니어 등 12명을 인터뷰하고 현장 지도와 내부 기록을 검토해 두 명의 생존과 구조 과정을 보도했다.

지난달 26일 오전 7시30분 발전소 근무자 카비르 마하르잔은 어퍼 트리슐리 3A 수력발전소 근무를 위해 터널 안으로 들어갔다. 약 한 시간 뒤 발전소에서 40㎞가량 떨어진 랑탕 리룽산에서 빙하가 무너졌다. 이어 발생한 산사태와 거대한 흙탕물이 계곡을 덮치면서 마을과 수력발전소 12곳이 순식간에 잠겼다. 당시 발전소 내부에는 근로자 약 900명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수도 카트만두의 네팔전력청 통제실에서는 발전소 신호가 하나씩 끊어졌다. 화면 위 설비들이 도미노처럼 차례로 사라졌다. 당국이 3A 발전소에 최종 대피 명령을 내린 시각은 오전 9시15분이었다.

제어실에서 근무하던 기계 작업반장 산자이 사는 층마다 뛰어다니며 동료들에게 위험을 알렸다. 터널 밖으로 빠져나온 근로자들은 밀려오는 물을 피해 달렸지만 역부족이었다. 당국이 확인한 영상에는 30여명이 사람 키의 몇 배에 달하는 물살에 휩쓸리는 모습이 담겼다.

마하르잔과 사는 위쪽으로 경사진 케이블 덕트 터널로 몸을 피했다. 출구에서 불과 160m 떨어진 곳이었지만 입구가 진흙과 바위, 목재 잔해에 파묻히면서 탈출로가 막혔다. 두 사람은 터널 안에 산소가 남아 있던 작은 공기층에서 구조를 기다렸다.

사는 두려움을 견디기 위해 힌두교 기도문을 반복해 외웠다. 마하르잔은 진흙탕 물을 조금씩 마시며 버텼다. 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의식을 잃었다 되찾기를 반복했다.

밖에서는 가족들이 최악의 상황을 준비하고 있었다. 마하르잔의 아내는 발전소 입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진을 보고 남편이 살아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15살과 10살 두 아들 앞에서는 희망을 잃지 않은 척했다.

구조대도 진흙 더미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산사태 잔해는 15∼30m 높이로 터널을 뒤덮고 있었다. 땅이 물을 잔뜩 머금어 중장비를 투입하면 그대로 가라앉았다. 구조대는 먼저 장비를 올려놓을 작업 기반부터 만들어야 했다. 본격적인 굴착은 사고 사흘 뒤에야 시작됐다.

비가 내릴 때마다 이미 파낸 공간이 다시 물과 진흙으로 메워졌다. 몇 시간 동안 진행한 작업이 몇분만에 수포 돌아가기도 했다. 구조대가 매몰된 터널 입구까지 도달하는 데만 엿새가 걸렸다. 입구에서 생존자를 불렀지만 처음에는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 폭우로 일부 구간이 무너지면서 구조대원들이 잠시 갇히기도 했다.

사고 열흘 째인 지난 4일 오전 4시, 중장비 기사가 터널 안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구조대는 반복해서 장비를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구조대가 “누구 있습니까”라고 묻자 “여기 있습니다”는 답이 돌아왔다. 목소리는 15∼20m 앞에서 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구조대는 남은 5∼10m의 진흙 통로를 뚫었고, 오전 7시께 생존자들을 발견했다. 두 사람은 모두 스스로 설 수 없는 상태였다. 얼굴 전체가 진흙으로 굳은 사는 구조대원의 등에 업혀 나왔다. 그는 카메라를 향해 가까스로 한 손을 들어 보였다. 상태가 더 위중했던 마하르잔은 들것에 실려나왔다.

병원으로 옮겨진 마하르잔은 다리의 깊은 상처가 감염돼 수술을 받았다. 오랜 탈수와 부상으로 의식이 혼미했던 그는 병실에 들어온 아내를 알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아내는 “살아 돌아왔다는 사실 만으로 충분하다”며 “남편은 두 번째 삶을 얻었다”고 말했다.

김겨레 기자

re9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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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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