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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에도 멈춘 호르무즈… 이란, ‘선별적 통행’으로 협상력 극대화

종전 협상 국면에도 사실상 봉쇄 상태 유지
평시 대비 통행량 10% 불과

등록 2026-04-11 오전 9:17:44

수정 2026-04-11 오전 9:17:44

[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미국과 이란이 파키스탄에서 종전 협상을 위한 테이블에 마주 앉았으나, 이번 분쟁의 핵심 쟁점인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휴전 선포 이후에도 이란이 사실상의 봉쇄 조치를 유지함에 따라, 세계 원유 수송의 동맥이라 불리는 이 해협은 여전히 마비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1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의 분석을 종합하면, 휴전 발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14~16척 수준에 그쳤다. 전쟁 전 하루 평균 140척이 이 해협을 지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정상적인 항행이 불가능한 상태다.

호르무즈 해협 통과하는 유조선.(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특히 통과에 성공한 선박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란의 ‘선별적 개방’ 의도가 명확히 드러난다. FT는 통과 선박 14척 중 최소 9척이 이란과 직접적인 연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으로 러시아 선적인 유조선 ‘아리메다’호는 서방의 제재를 피해 이란산 원유를 실어나르는 이른바 ‘그림자 선단’의 일환으로 파악됐다. 이란은 자국의 경제·외교적 목적에 부합하는 선박에만 해령권을 허용하며, 이를 대미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

기뢰 매설 공포와 통제권 갈등 해협 안쪽인 페르시아만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 약 900척의 화물선이 해협을 빠져나오지 못한 채 고립되어 있다. 이란은 휴전 발표 직후 해협 개방을 약속했으나, 실제로는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의 사전 조율을 통행 조건으로 내세우며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해운업계와 선주들은 이란이 해협에 기뢰를 매설했을 가능성을 우려하며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선박 브로커들 사이에서는 혁명수비대가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안전 항로 지도’가 공유되고 있으나, 이 역시 출처가 불분명해 현장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케이플러(Kpler)의 분석가 아나 수바식은 “휴전이 유지된다 하더라도 이란의 통제가 계속되는 한, 하루 통행량은 당분간 10~15척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란의 차별적 외교 전략으로 경제적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이란 수출업체 연합 등에 따르면, 이란 측은 해협을 통과하는 대형 유조선에 척당 최대 200만 달러(약 30억 원)의 통행료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국가별로 차등 적용되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인도와 일본 관련 선박들은 통행료를 내지 않고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란에 우호적인 국가에는 혜택을 주고, 서방 진영에는 경제적 부담을 지우려는 ‘갈라치기’ 전략으로 풀이된다.

종전 협상의 핵심 분수령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 개방을 휴전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이러한 행보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공해인 호르무즈에서 통행료를 받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우리는 곧 해협을 개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승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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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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