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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OPEC 이탈…사우디 주도 유가 질서 흔들린다

60년 만 탈퇴…산유량 쿼터 갈등·중동 패권 경쟁 누적
이란 전쟁·호르무즈 봉쇄 겹치며 글로벌 에너지 위기 심화
“OPEC 구조적 약화 불가피”…가격전쟁 가능성까지도

등록 2026-04-29 오전 3:57:33

수정 2026-04-29 오전 8:31:05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아랍에미리트(UAE)가 60여 년간 유지해온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탈퇴하기로 하면서 글로벌 원유 시장의 권력 구도가 흔들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탈퇴가 아니라 ‘OPEC 체제의 전환 신호’로 해석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에너지 시장이 지정학과 각국의 전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더욱 분절화되는 흐름 속에서 UAE의 선택이 향후 다른 산유국들의 움직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AI DALL-E3가 생성한 이미지]
이번 결정은 단기적인 정책 변화라기보다 수년간 누적된 구조적 갈등이 표면화된 결과로 해석된다. UAE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을 빠르게 늘려왔지만 OPEC의 감산 정책 아래에서는 이를 충분히 활용하기 어려웠다. 반면 사우디는 공급을 억제해 유가를 지지하는 전략을 유지해왔다. 같은 산유국이지만 ‘물량 확대’와 ‘가격 방어’라는 서로 다른 전략이 충돌해 온 셈이다.

수하일 알 마즈루이 UAE 에너지장관은 “장기 전략과 경제적 비전에 기반한 주권적 결정”이라며 “지금이 미래를 재검토할 적절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탈퇴를 에너지 정책을 넘어선 전략적 선택으로 보고 있다. 에릭 알터 아부다비 외교아카데미 학장은 “OPEC 탈퇴는 UAE가 동맹과 에너지 정책 전반에서 독자적인 경로를 택하려는 광범위한 결정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이란 전쟁은 이러한 흐름을 가속화한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 이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전 세계 원유 수송의 약 20%가 영향을 받는 상황이 발생했다. 공급 충격이 확대됐지만 OPEC은 내부 이견으로 인해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호르헤 레온 라이스타드에너지 지정학 분석 책임자는 “UAE의 이탈은 OPEC이 시장을 관리하는 능력을 뒷받침해온 핵심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라며 “조직은 구조적으로 더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OPEC은 그동안 여유 생산능력을 활용해 공급 충격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조율해 왔다. UAE는 사우디와 함께 이러한 능력을 보유한 대표적 국가였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UAE가 상당한 추가 생산 여력을 보유한 국가 중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

마이클 헤이그 소시에테제네랄 원자재 리서치 책임자는 “UAE는 생산비가 낮고, 생산능력 확대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온 국가”라고 설명했다.

중동 내 정치적 긴장도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UAE와 사우디는 예멘 내전 등 지역 분쟁에서 다른 입장을 보여왔고, 경제적으로도 금융 허브를 둘러싼 경쟁 관계에 있다. 여기에 이란 전쟁이 겹치면서 양국 간 균열이 더욱 부각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UAE는 이번 전쟁에서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집중적으로 받은 국가 중 하나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지역 국가들의 대응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기존 협력 구조에 대한 신뢰에도 균열이 생긴 것으로 전해졌다.

라이스대 베이커연구소의 크리스티안 코츠 울리히센 연구원은 “이번 전쟁은 기존 관계들이 위기 상황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UAE는 탈퇴 이후 생산 전략의 자율성을 확보하게 된다. OPEC 쿼터에 묶여 있던 생산량을 향후 생산능력에 맞춰 조정할 수 있게 되면서 시장 상황에 따라 보다 유연한 대응이 가능해진다.

동시에 OPEC+ 탈퇴는 러시아와의 협력 관계에도 변화를 의미한다. 일부 분석에서는 UAE가 지정학적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단기적으로 유가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쟁으로 이미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추가적인 충격이 가격에 즉각 반영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 유가는 발표 이후에도 배럴당 100달러 안팎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제기된다. OPEC의 조정 기능이 약화될 경우 공급 불균형을 완충할 장치가 줄어들고, 이는 가격 변동폭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번 UAE 탈퇴가 OPEC의 시장 통제력을 근본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쟁이 종료되고 공급이 정상화될 경우, 그동안 억눌려 있던 생산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에 풀리면서 주요 산유국 간 점유율 경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우디를 비롯한 기존 OPEC 국가들과 UAE, 미국 셰일업체 등이 동시에 증산에 나설 경우 공급 과잉이 발생하며 유가가 급락하는 ‘가격 전쟁’ 가능성도 제기된다. 과거에도 산유국 간 점유율 경쟁이 격화될 때 유가 방어보다 생산 확대가 선택되며 가격이 급락한 사례가 있다는 점에서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연쇄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카타르(2018년), 에콰도르(2020년), 앙골라(2023년) 등이 잇따라 탈퇴한 데 이어 UAE까지 이탈하면서 ‘사우디 중심 카르텔’ 구조에 균열이 가시화되고 있다.

원자재 데이터업체 케플러(Kpler)의 호마윤 팔락샤히 선임 애널리스트는 “이번 결정은 OPEC에 가해진 가장 큰 충격”이라며 “조직이 현재 형태로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김상윤 기자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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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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