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중동의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의 우회 수출 거점까지 공격 위협에 노출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이란의 선박 공격과 예멘 후티 반군의 사우디 공격이 잇따른 데다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까지 재개되면서 글로벌 원유·석유제품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 | 지난 9월 20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정유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해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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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전장보다 3.44달러(3.51%) 오른 배럴당 101.4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기준유인 브렌트유 선물은 3.94달러(3.72%) 상승한 109.86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110달러를 터치했으며, 종가 기준으로도 지난 5월 19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 주 WTI는 10.4%, 브렌트유는 4.9% 상승했다.
유가 상승의 직접적인 계기는 중동의 공급 차질 우려다. CNBC에 따르면 지난 11일 이후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유조선과 화물선 최소 9척이 공격받았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이번 주 공격으로 선원 3명이 다치고 2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에너지 분석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지난 14일까지 일주일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량은 하루 940만배럴로, 이란 전쟁 이전 평균의 약 70%에 그쳤다. 지난 9월 한때 전쟁 이전 수준에 도달했던 수송량이 다시 줄어든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수출 거점도 위협받았다. 사우디 측은 이날 홍해 연안 얀부를 향해 발사된 탄도미사일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얀부는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해 원유를 수출하는 핵심 항구다. 초기 보고에 따르면 항구 시설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우회 수출로까지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유가를 밀어 올렸다.
러시아산 석유제품 공급 불안도 겹쳤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에너지 시설 공격이 이어지자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러시아 랴잔 정유공장은 드론 공격 이후 주요 원유 증류설비의 가동을 중단했다. 미국에서는 러시아산 경유의 국제시장 공급 확대를 막으려는 법안도 발의됐다.
각국은 비축유 공급 확대로 대응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은 15일 비축유 공급 계획의 이행을 앞당기고 경유 2000만배럴 이상을 신속히 시장에 공급하기로 했다. 미국 에너지부도 16일 전략비축유 최대 1700만배럴을 교환 방식으로 공급하기 위한 제안 요청을 발표했다.
그러나 향후 유가의 향방은 실제 공급 회복 여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케이플러는 포괄적인 정치적 합의가 없다면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수송 회복이 더디고 불규칙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정학적 위험도 여전히 높다. 유라시아그룹은 중동 분쟁이 격화할 가능성에 대한 자체 평가를 기존 35%에서 65%로 높였다. 반면 비축유 공급이 확대되고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이 안정되면 유가에 반영된 공급 차질 위험 프리미엄은 축소될 수 있다.
국제유가 상승이 장기화하면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원유 도입 비용과 석유제품 가격 상승이 물가와 기업 생산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