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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제재에 이란 “공격 기다려라”…물밑에선 협상 타진

이란 경제장관 강경 대응 예고…혁명수비대도 경고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 美메시지 들고 이란 방문
“이란, 협상 재개 의향”…美 제재 철회 가능성 전달
파키스탄 “상당한 진전”…이란도 “곧 결과 공개”

등록 2026-08-26 오전 1:20:52

수정 2026-08-26 오전 1:20:52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미국의 대규모 경제제재 발표에 이란이 “공격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그러나 물밑에서는 미국과 이란 간 종전협상을 재개하려는 중재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다. 파키스탄이 미국의 메시지를 이란에 전달했고 이란도 종전협상 재개에 원칙적인 의향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적 압박과 군사적 위협이 이어지는 가운데 협상 재개의 실마리가 마련될지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알리 마다니자데 이란 경제장관은 미국의 추가 제재 발표 이후 국영방송에 “적들은 공격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의 조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다른 국가들도 이에 저항할 것으로 내다봤다.

호세인 모헤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대변인도 이란의 기반시설이 위협받을 경우 미국의 이익과 에너지 요충지에 강력한 타격을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강경발언 뒤에선 협상 타진…美메시지 전달

하지만 강경한 공개 발언과 달리 물밑에서는 협상 재개를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아바스 골루 이란 의회 외교관계위원장은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이 전날 테헤란을 방문해 미국 측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 ISNA통신에 “주된 목표는 중단된 정치적 절차를 되살리는 것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는 이에 즉각 논평하지 않았다.

파키스탄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란은 전날 파키스탄 측과의 회담에서 종전협상을 재개할 전반적인 의향을 나타내면서도 미국의 추가 제재에는 우려를 표시했다.

특히 파키스탄 측은 미국이 새로운 협상이 시작되기 전이나 협상 과정에서 이번 제재 조치를 되돌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이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는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제안이 아니라 파키스탄 정부 소식통의 전언이라는 점에서 실제 미국 측 입장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파키스탄 “상당한 진전”…이란 “곧 결과 공개”

중재 당사국들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파키스탄군은 이번 테헤란 협상에서 추가 확전을 막고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을 정상화하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으며 “상당한 진전(significant progress)”을 이뤘다고 밝혔다.

무니르 참모총장과 함께 테헤란을 찾은 모흐신 나크비 파키스탄 내무장관도 “매우 건설적인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란에서도 비슷한 신호가 나왔다. 메흐디 타바타바에이 이란 대통령실 관계자는 무니르의 방문이 “매우 가치 있는 외교적 성과를 냈으며 그 결과가 곧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6월 전쟁 종식을 목표로 한 잠정 합의에 서명했지만 합의는 곧 흔들렸다. 이후 이란이 선박 공격을 재개하면서 걸프 지역의 에너지 수송도 다시 크게 위축됐다. 미국과 이란의 대규모 공격은 최근 수주간 발생하지 않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한 여성이 고(故)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모습이 그려진 벽화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로이터)
지난 13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한 여성이 고(故)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모습이 그려진 벽화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로이터)
中 “이란과 정상적 협력 방해해선 안돼”

미국의 새로운 제재가 실제 어느 정도 효과를 낼지도 변수다.

미 재무부는 전날 이란과 연계된 개인과 기업, 선박 60곳을 제재하면서 이란과 계속 거래하는 제3국 기업들이 달러 기반 금융시스템에서 퇴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란의 원유 거래를 지원한 것으로 의심받는 중국 금융기관은 이번 제재 명단에서 빠졌다. 중국은 수년간 이란산 원유의 최대 구매국이지만 미국이 지난달 중순 이란 항구 봉쇄를 재개한 이후 중국으로 향하는 이란산 원유 수송은 크게 줄어든 상태다.

중국 정부는 이날 이란과의 협력은 국제법의 틀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방해받거나 중단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일단 이번 제재의 영향을 제한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국제유가는 이날 이틀째 하락했다. 다만 시장 참가자들은 이란이 여전히 주요 에너지 수송로를 위협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호르무즈 통항 전쟁 전의 4분의 1…유조선 또 피격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 주변의 긴장은 계속되고 있다.

선박추적업체 보텍사(Vortexa)의 잠정 집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유는 하루 500만배럴 수준이었다. 전쟁 이전 하루 2000만배럴 이상과 비교하면 약 4분의 1 수준이다. 전쟁 전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원유 약 5배럴 가운데 1배럴이 지나던 핵심 수송로였다.

이날 호르무즈 해협 입구에 있는 오만 아시시샤 북동쪽 약 9해리(17㎞) 해상에서는 유조선 한 척이 정체불명의 발사체에 맞아 운항 불능 상태에 빠졌다고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가 밝혔다.

이런 가운데 오만 외무장관도 이날 이란을 방문했다. 양측은 향후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체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파키스탄이 종전협상 재개를 중재하고 오만이 호르무즈 문제를 논의하면서 외교적 접촉이 동시에 진행되는 셈이다.

결국 다음 국면을 가를 핵심은 미국의 경제적 압박과 파키스탄·오만의 중재가 이란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느냐다. 이란은 공개적으로 보복을 경고하면서도 협상 재개 가능성은 닫지 않고 있다. 미국 역시 제3국에 이란과의 거래를 끊을 시간을 주며 가장 강력한 수준의 제재는 일단 유보했다. 양측이 이를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지, 다시 군사적 충돌로 돌아갈지가 향후 며칠간의 관전 포인트다.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모습 (사진=AFP)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모습 (사진=AFP)


성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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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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