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송승현 기자] 임지훈 전 카카오 대표가 카카오청년창업펀드 성과보수를 두고 카카오벤처스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를 상대로 다시 소송에 나섰다. 앞서 케이큐브1호 펀드 성과보수 소송에서 법원은 주주총회 결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임 전 대표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번 소송도 계약 구조가 같은 만큼 같은 법리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5일 벤처캐피탈(VC)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임 전 대표는 지난 9월 서울중앙지법에 카카오벤처스와 김 창업자를 상대로 카카오청년창업펀드 성과보수 지급 소송을 냈다. 청구액은 4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카카오벤처스는 지급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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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큐브1호 이어 청년창업펀드까지…10년 전 계약이 소송으로임 전 대표는 2012년 케이큐브벤처스(현 카카오벤처스) 설립과 함께 초대 대표를 맡았다. 같은 해 6월 케이큐브1호 벤처투자조합을 결성했고, 이 펀드는 두나무에 투자했다. 2015년 1월에는 펀드별 성과보수 계약을 맺으며 케이큐브1호 우선귀속분의 70%, 청년창업펀드 우선귀속분의 60%를 받기로 했다. 케이큐브1호 비율은 이후 운용인력이 추가되면서 60%로 조정됐다. 원계약에는 직무수행기간이 4년 이하이면 성과보수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었다.
같은 해 3월 카카오가 케이큐브벤처스 지분 100%를 인수했다. 임 전 대표는 9월 카카오 대표로 선임돼 케이큐브벤처스 대표에서 물러났다. 그해 말 두 펀드의 우선귀속분을 각각 44%와 22%로 낮추는 변경계약이 체결됐다. 임 전 대표 측은 2018년 2월 회사로부터 확인서를 받았다. 비율 변경이 대표 선임 이전 기여분을 모두 반영한 것이며, 직무수행기간과 무관하게 전액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케이큐브1호는 2021년 12월 청산됐다. 카카오벤처스가 변경계약 당시 주총과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며 지급을 보류하자, 임 전 대표는 2022년 3월 약 598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에 법원은 지난 2023년 11월 원고 패소 판결했고,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가 지난해 1월 조정에 회부돼 양측은 조정에 합의했다.
법조계 “확인서로 주총 결의 대신 못 해”청년창업펀드는 올해 7월 청산됐다. 카카오벤처스가 8월 지급 근거가 없다고 회신하자 임 전 대표는 9월 2차 소송을 제기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2차 소송도 1심과 같은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1심 재판부는 변경계약이 직무수행기간 조항을 배제하고 44%를 확정 지급하기로 한 합의라는 임 전 대표 주장은 받아들였다. 다만 상법 제388조상 이사 보수는 정관에서 정하지 않으면 주총 결의로 정해야 하고, 성과급도 이사 보수에 포함된다며 주총 결의가 없는 변경계약을 무효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카카오벤처스의 성과급지급규정이 펀드 성과보수의 50%를 임직원에게 배분한다는 총액만 정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개별 분배를 이사회에 위임하지 않았으므로 누구에게 얼마를 줄지도 주총이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급 대상이 아니던 임 전 대표를 확정 지급 대상으로 바꾼 것은 당사자 합의만으로 할 수 있는 수정이 아니라고 봤다. 당시 1인주주였던 카카오가 변경계약을 승인했다는 증거도 없다고 했다.
임 전 대표 측은 청년창업펀드 계약은 애초에 주총 결의가 필요한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2018년 확인서는 1심에서 계약 해석 단계에서만 임 전 대표에게 유리하게 쓰였고, 주총 결의가 없다는 문제는 메우지 못했다. 이번 확인서도 기존 계약 내용을 재확인하는 수준이라면 판단이 달라지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 분석이다. 한 변호사는 “이사 보수에 대한 주총 결의는 상법상 강한 규정”이라며 “1차에서 계약서의 효력이 무효가 됐는데, 이를 근거로 한 확인서만으로는 결론이 바뀌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김 창업자를 개인 피고로 세운 점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임 전 대표 측은 1차 소송 항소심 단계에서 김 창업자를 증인으로 신청하며 계약 변경 과정의 책임을 따지려 했다. 이에 카카오 측도 항소심 단계에서 임 전 대표와 조정에 합의한 바 있다. 이번에는 1심부터 김 창업자를 소송에 포함하는 전략을 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또 다른 한 변호사는 “법리적으로 성립하기는 어렵더라도 1차 소송에서 김 창업자를 대상에 포함한다면 상대방의 아픈 곳을 찌르는 격이 될 수는 있다”면서 “단 회사 상대 청구가 주총 결의 요건에 막히더라도, 계약 변경을 주도한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다툼은 별도로 남을 수는 있는 여지는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