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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37세 시한부 국민연금, 한없이 미뤄지는 수술

‘고갈 전망’ 15세에 첫 시한부 판정 받은 국민연금
“국민연금은 고갈되지 않는다”던 정부의 거짓말
지난 37년은 연금개혁 방치의 역사...세 차례 대증요법만
이재명 정부도 방치할까...이번 연금개혁은 달라야

등록 2025-09-18 오후 6:38:23

수정 2025-09-18 오후 6:3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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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5년 09월 18일 18시 38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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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지영의 기자] 고작 37세의 젊은 청년이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한때 사회의 버팀목이 될 유망주로 꼽히던 그는 모두의 근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의 부모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그를 병원에 데려가는 시늉만 할 뿐, 수술 없이 약 몇 알로 연명만 시키고 있다. 부모의 지인들 중 일부는 그의 지갑을 털어 사욕을 챙길 궁리만 한다. 반면 청년의 약속을 믿고 기다려온 이웃들은 청년이 쓰러지면 함께 무너질 미래를 떠올리며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산 채로 말라가는 그 청년의 이름은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도입 37주년을 맞았다. 지난 1986년 법 제정, 87년 공단 창립을 거쳐 88년 1월 첫발을 뗐다. 첫해 연말 5279억 원에 불과했던 기금은 37년이 지난 지금 1269조 원을 넘어섰다. 세계 3위 연기금으로 성장했으나, 그 덩치와 달리 체질은 한없이 불안하다. 최근 기획재정부의 장기 재정전망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오는 2048년 적자로 돌아서고, 2064년이면 완전히 고갈된다.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3차 연금개혁으로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며 소진 시점을 조금 늦췄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사실 국민연금은 초창기부터 고갈 경고음을 달고 살았다. 도입된 지 십여 년밖에 안 된 무렵인 1990년대 후반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 고갈 우려가 제기됐다. 지난 2001년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은 고갈되지 않는다”고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는 국민 기만에 가까웠다. 불과 2년 뒤인 지난 2003년 제1차 재정재계산에서 2047년 기금 고갈 전망이 나왔다. 당시 국민연금은 고작 열다섯 살, 청소년기부터 ‘시한부’ 낙인이 찍힌 셈이다.

지난 2001년 “국민연금 고갈은 없다”던 보건복지부의 발표.
국민연금 고갈 전망 이후 세 차례의 개혁은 모두 임시 처방에 불과했다. 1·2차 개혁은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급여 삭감으로 시간을 벌었고, 3차 개혁은 보험료율을 겨우 손댔지만 여전히 OECD 평균에 한참 못 미친다. 구조적 고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수명을 몇 년 연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더 심각한 건 3차 개혁 이후의 태도다. 사실상 큰 의미가 없는 3차 개혁 이후 연금특위는 사실상 개점휴업이나 마찬가지다. 지난 4월 출범했지만 연말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고작 회의 서너 번에, 자문위원회 구성을 놓고 아직도 잡음만 무성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식이라면 차기 개혁도 대증요법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당장의 인기와 선거 유불리만 따지는 정치권은 국민연금이라는 청년을 제대로 된 수술대 위에 올려놓지 않는다. 답을 모르는 것도, 중요성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알면서도 외면하는 것이다. 여야 모두 2026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책임을 떠넘기며 미적대는 사이, 국민연금은 속수무책으로 말라가고 있다.

국민연금은 아직 살릴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미온적이고, 땜질식 연금개혁으로는 고갈을 피할 수 없다. 정치적 결단과 구조개혁 없이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37세 청년은 끝내 숨을 거둘 수밖에 없다. 이재명 정부가 연금개혁을 미룬 정부가 아니라, 국민연금을 살려낸 정부로 기록되길 바란다.

지영의 기자

yu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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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의 기자

yu02@
  • - "내년 채권시장 반등 기대…기준금리 정점은 3.25%~3.5%"
  • - "기재부 실수였다"…국민연금 성과급 10년 관행에 제동 건 예산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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