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글로벌 출자자(LP)들이 대체투자 시장에 관심을 쏟으면서 헤지펀드 투자 비중을 키우자, 국내 투자은행(IB) 업계 역시 이들 헤지펀드 운용사들이 펼치는 운용 전략에 점차 주목하는 분위기다.
특히 정부의 주도로 지난 10년간 자본시장 개혁에 힘쓴 일본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일본 LP들이 헤지펀드를 포함한 다변화된 대체자산 군을 포트폴리오로 삼고 있어서다. 일본 시장을 거점으로 삼아 글로벌 무대로 뻗어 가려는 한국인이 만든 헤지펀드 운용사도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28일 글로벌 IB 업계에 따르면 △에쿼티 헤지 △이벤트 드리븐 △매크로 △릴레이티브 밸류 등 헤지펀드 주요 운용 전략 중 매크로 전략의 일환인 ‘빅데이터 기반의 알고리즘 투자 기법’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매크로 펀드는 일반적으로 통화, 금리, 주가지수에 기반을 둔 거래 전략을 조합해 투자 기회를 모색한다. 이때 운용사가 각자의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알고리즘을 통해 거래를 실행하는 전략이 빅데이터 기반의 알고리즘 투자 기법이다.
빅데이터 기반의 알고리즘 투자 기법은 국내에서 다소 생소한 전략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최근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활약 덕에 널리 알려졌다. 딥시크 팀의 전신이 빅데이터 기반의 알고리즘 투자 기법을 활용하던 헤지펀드여서다.
그렇다면 한때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졌던, 투자자가 입력한 투자 성향 정보를 토대로 알고리즘을 통해 개인의 자산을 자동 관리해주는 서비스 로보어드바이저와는 무엇이 다를까. AI 챗봇에게 로보어드바이저와 정량분석, 알고리즘, 자동매매, 빅데이터 활용을 통합해 운용하는 전략인 퀀트 헤지펀드의 차이를 물었다.
구글 제미나이는 둘 다 알고리즘과 자동화를 활용하지만, 투자 목표와 고객, 복잡성에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일반적인 개인 투자자를 위한 자동화된 저비용 포트폴리오 관리를 제공한다. 반면 퀀트 헤지펀드는 정교한 모델을 사용해 기관 투자자와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절대 수익을 창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챗GPT의 말을 빌려보면 차이를 이해하기 더 쉽다. 챗GPT는 “로보어드바이저는 대부분 사람을 A에서 B 지점까지 안전하고 저렴하게 데려다 주는 ‘자율주행 통근 차량’과 비슷하고, 퀀트 헤지펀드는 전문적이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위험하면서도 경쟁에서 초과 수익을 내도록 설계된 ‘F1 레이싱용 자동차’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여러 갈래의 헤지펀드 운용 전략 중 일부 글로벌 초대형 펀드를 중심으로는 멀티매니저 전략이 인기를 모았다. 멀티매니저는 리스크를 줄이고 안정적 수익을 내기에 최적화된 전략이다. 수십명에서 수백명에 달하는 펀드 매니저가 각기 다른 운용 스타일을 펼쳐 투자하는 식으로 운용돼서다. 다만 엄청난 운영 비용이 투자자에 모두 전가된다는 점이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멀티매니저처럼 다양한 전략을 활용해 다양한 섹터에 속하는 종목을 거래할 수 있는 전략인 빅데이터 기반의 알고리즘 투자 기법이 글로벌 헤지펀드 업계에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인간의 주관적 편향 없이 객관적인 투자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추세와 달리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는 아직 빅데이터 기반의 알고리즘 투자에 대한 이해나 기반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이때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활약한 한국인들이 함께 뭉쳐 일본에서 설립한 ‘라인 인베스트먼트 테크놀로지스(LIT)’가 아시아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LIT는 2019년 라인야후(LY) 그룹이 설립한 곳이다. 서울대, 옥스퍼드대, 하버드대 등에서 통계·머신러닝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뉴욕, 런던 소재의 글로벌 정상급 퀀트 헤지펀드 운용사에서 경력을 쌓은 인재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LIT는 AI 기반 알고리즘을 포함해 통계 분석에 기반을 둔 수십 가지 투자 전략을 활용해 전 세계 주식, 채권, 외환, 원자재 등 100여 개 이상 글로벌 자산 군에 분산 투자하고 있다. 시장 환경과 상관없이 절대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운용되는 만큼 출시 이후 4년간 연간 손실을 기록하지 않았다.
송소연 LIT 대표는 “LIT의 주요 전략은 글로벌 선물 시장에서 40년간의 데이터를 분석해 장기적으로 입증된 패턴과 규칙을 찾아 롱숏 포지션을 자유자재로 구사해 통계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라며 “주가지수, 이자율·채권, 통화, 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 군에서의 분산 투자 효과가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투자자들의 전체 포트폴리오와도 보완적 관계라 전체적으로 리스크 헤지를 하는 성격이 강하다”며 “특히 최근 같은 시장 환경에서 일본, 한국을 포함한 각국 투자자들의 관심과 문의가 크다”고 덧붙였다.